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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차판매 직원들은 지금 '패닉 상태'"

[현장취재] GM대우 결별 선언 당한 대우차판매 부평 지점에 가보니..."배신감에 치를 떤다" 직원들 호소...생계 대책 마련위한 집단 행동 나설 계획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한마디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GM대우가 갑자기 이런 식으로 나오니 어이가 없다. 구멍가게도 철거될 때 영업권을 보상받는데 30년 동고동락하던 동지에게 아무런 보상도 없이 이렇게 갑자기 배신을 하다니…".


지난 16일 오후 방문한 인천 부평구 대우자동차판매 부평지점에서 만난 오능환(45ㆍ사진)부장의 호소다.


그는 92년에 대우와 인연을 맺은 후 자동차 영업만 11년째 해온 '베테랑' 영업 사원이었다. 한 달에 10대 이상은 너끈히 팔아 지금까지 남부러울 것 없는 가정 생활도 이끌어 왔다.

오 부장은 하지만 지난 15일 은행에 찾아가 몇년 간 부어 온 딸아이의 교육 보험을 해지했다. 당장 다음달 부터 월급이 안 나올 지경이니 기본적인 생활비와 아이들 학비 외에는 씀씀이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가 무엇보다 화가 난 것은 한 식구처럼 여기고 '충성'을 다했던 GM대우로부터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았다는 것이다.


GM대우가 잘 되어야 대우차판매도 잘 된다는 생각에 그동안 휴일이라도 GM대우가 주최한다는 행사가 있으면 가족들까지 데리고 꼬박 꼬박 참석해 왔었다. 그렇게 젊은 날 애정을 바쳐 온 GM대우가 어느 날 갑자기 특별한 이유도, 영업권 보상도 없이 느닷없이 '계약 해지'를 통보해 온 것이다.


오 부장은 특히 '깜깜한 앞날' 걱정에 요 며칠 술 없이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한다. 고용 승계는 커녕, 회사로부터 퇴직금이나 받을 수 있을 지도 불명확한 상태다. 운이 좋으면 다음에 대우차판매의 영업권을 인계받는 회사에 비정규직 딜러로 취직할 수 있겠지만, 그동안 정규직 영업사원으로 일하면서 얻었던 권리는 몽땅 날아가게 된 셈이다.


무엇보다 회사로부터 보조받던 자녀 학자금도 앞으로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돼 몇 푼 안되는 월급으로 아이들 교육을 어떻게 시킬 지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오 부장과의 인터뷰 도중 '열받은' 동료들이 하나 둘 끼어들기 시작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원래 대우자동차에서 근무하다 우리자동차 설립으로 빠져나와 30여년 가까이 대우차만 팔아왔다는 이 지점의 최고령 선배는 "내 평생의 직장으로 여기고 최선을 다해 왔는데 영업권 보상도 없이 그냥 어느날 갑자기 '빠져라'고 통보하는 것이 말이 되냐"며 "업계의 도리가 땅에 떨어졌다고 해도 이건 너무 심하다"고 한탄했다.



최광철(43·사진) 부장은 고객들을 걱정했다. 어떤 영업 사원은 이달 중으로 6대를 출고하기로 계약했는데, 갑자기 계약 해지가 되는 바람에 고객들만 차를 출고받지 못해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임성환(58) 지점장도 "너무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서 뭐든지 해야겠다는 생각에 근조 현수막을 내걸었다"며 "모든 직원들이 다 패닉 상태로 아침에 나와서 하루종일 인터넷을 하다가 하늘 쳐다보고 한숨만 내쉬고 집에 들어간다"고 거들었다.


실제 이날 부평지점 내에는 7~8명의 40대 중반 이후의 영업 사원들이 어두운 안색을 감추지 못한 채 책상에 앉아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부평지점은 한달 평균 200여대 이상의 차를 팔아 전국 최고의 '모범 매장'으로 상도 여러번 받았다.


근무하는 19명의 영업 사원들도 한 달 평균 10대 이상을 판매하는 '베테랑'들이다. 그래서 부평지점은 가장 엘리트이고 수입도 좋은 영업사원들이 모여 있는 일터로 주변의 부러움을 사왔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10일 GM대우의 계약 해지 발표 후 부평 지점은 그야 말로 폭탄을 맞은 꼴이 됐다.


이들은 조만간 회사 차원에서 영업권 보상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또 GM대우를 규탄하는 집회 개최를 준비하는 등 적극적인 '생존권 사수' 투쟁에 임한다는 계획이다.


느닷없이 일터를 잃어버린 가장들의 생존권 되찾기를 누가 말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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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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