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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총리 "검찰공소 내용 사실 아니다" 주장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김효진 기자]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서 인사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 1심 재판이 첫 공판을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한 전 총리는 "인생을 걸고 진실을 밝히겠다"며 의지를 내비쳤다. 피고인 모두진술에선 미리 준비한 장문의 원고를 읽으며 다시 한 번 결백을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김형두 부장판사)는 8일 오후 2시 한 전 총리의 첫 공판을 열었다. 서울 서초구 법원 청사를 찾은 한 전 총리는 입정에 앞서 "심경이 어떠하냐"는 기자들 질문에 "제가 그동안 살아온 인생을 걸고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또 "재판에 성실한 자세로 임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5만 달러를 받았느냐"는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검찰 조사 때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공판 시작과 함께 비로소 말문을 열고 심경을 길게 토로했다. 한 전 총리는 미리 준비한 원고를 바탕으로 "지금 제가 마주한 시련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것"이라면서 "검찰 기소에 의해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뒤집어 쓴 전직 국무총리가 돼있다"고 했다. 이어 "저는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삶과 양심을 돈과 바꿀만큼 세상을 허투루 살지 않았다"며 "검찰 공소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검찰이 돈을 받았다고 주장한 시기는)정세균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의 퇴임이 내부적으로 확정된 상태였다"면서 "퇴임하는 장관에게 총리가 인사청탁을 한다는 일이 상식적으로 맞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국가 공공시설인 총리공관에서 벌어진 오찬 자리에서, 비서관과 경호관들이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는 그런 자리에서 돈을 받는다는 건 저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공판 중에 한 전 총리 변호인은 한 전 총리 및 관련인 조사 녹화영상을 복사할 수 있게 해달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검찰이 '열람'만을 허용하겠다고 하자 변호인은 형사소송법 조항을 거론하며 재차 복사 허용을 요구했다. 검찰은 '유포 우려' 등 이유로 요구를 계속 거절했고, 재판부는 양 측에 입장을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지시한 채 결정을 미뤘다.


검찰이 한 전 총리 측에 자녀 유학·여행 경비를 어떻게 충당했는지 등 소명자료 제출 가능 여부를 물었을 때는 방청석에서 야유 석인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검찰 취지는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이후 자녀가 유학 등으로 외국에 장기간 체류했는데 이 기간 중 달러를 구입한 흔적이 없고, 이 점이 한 전 총리가 돈을 받았다는 간접증거'라는 것이다. 검찰의 요구에 변호인과 한 전 총리, 방청석 내 한 전 총리 지지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재판장인 김형두 부장판사는 "당사자 중 한 쪽이 주장을 할 때 이런 식으로 냉소적인 웃음을 보내는 등 소란을 일으키면 재판에 지장이 생기고, 재판부 권한으로 질서유지를 위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 재판부가 정리한 쟁점은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에게서 5만 달러를 받았는지 여부 ▲만약 받았다면,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이 대한석탄공사 사장 자리에 지원하는 과정에 도움을 줬는지 여부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이 돈을 건네는 취지를 알고 있었는지 여부를 가리는 일이다.


한 전 총리는 2006년 12월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오찬 때 곽 전 사장으로부터 대한석탄공사 사장으로 임명될 수 있도록 주무 부처장인 정세균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에게 힘을 써달라는 부탁과 함께 5만 달러를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권오성)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다.


오찬에는 정 당시 장관과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 등이 동석했다. 재판부는 이들을 오는 26일과 15일에 각각 증인으로 불러 오찬 상황에 관한 진술을 들을 예정이다. 22일에는 오찬이 열린 총리 공관 식당에 대한 현장검증을 실시한다.


한 전 총리 첫 공판에는 이해찬 전 총리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자 100여명이 함께했다. 재판부는 11일 오전 10시30분에 두 번째 공판기일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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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정은 기자 jeun@asiae.co.kr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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