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서 인사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오늘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김형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릴 공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한다. 사건 수사가 관련인 진술에서 비롯된 만큼 진술 신빙성을 방어ㆍ공격하려는 검찰과 한 전 총리 사이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수사 내내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한 전 총리가 어떤 말을 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한 전 총리는 2006년 12월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곽 전 사장으로부터 대한석탄공사 사장으로 임명될 수 있도록 힘을 써달라는 부탁과 함께 5만 달러를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권오성)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 수사 근거는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는 곽 전 사장의 진술.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진술에 의존해 수사와 재판이 진행됐던 '朴게이트' 사건과 유사하다. 결국 재판 쟁점은 곽 전 사장 등 관련인 진술을 법원이 믿어줄 지 여부다. 형사소송법상, 검찰이 관련 진술의 신빙성을 완전히 입증하지 못하면 법원은 무죄추정원칙에 따라 피고인 진술에 무게를 실어줄 수밖에 없다.
때문에 검찰은 진술 신빙성을 재판부에 호소하는 데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고, 변호인은 반대로 진술에 흠집을 내는 데 주력할 공산이 크다. 돈을 건넸다는 사람을 증인석에 앉혀두고 당시 상황을 세세하게 따져 물으며 허점을 찾는 '그림그리기'식 변론이 예상되는 이유다.
한 전 총리는 검찰 조사 내내 입을 굳게 닫은 채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법원에서 자신의 주장을 펼 방침임을 밝힌 바 있다. 결국 피고인 신문 때 검찰과 한 전 총리 사이 '첫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들의 대화는 검찰이 관련인 진술 내용을 한 전 총리에게 확인하는 모양새로 이어질 것이란 게 법원 관측이다. 한 전 총리가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에는 철저하게 '모른다'로 대응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물론 검찰 조사 때처럼 완전히 입을 닫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묵비권을 행사하는 게 득이 될 수도 있지만, 적극적 방어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재판은 다음 달 선고를 목표로 빠르게 진행된다. 6ㆍ2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키로 한 한 전 총리 측이 선거에 지장이 없도록 재판을 일찍 끝내줄 것을 재판부에 요구하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줬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열린 준비기일에서 재판부는 8일 첫 공판을 시작으로 매주 2~3차례 재판을 진행해 변론을 빨리 마치고 다음 달 9일 선고를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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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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