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한나라당의 세종시 당론변경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에서 결국 계파간 정면 충돌이 벌어졌다.
사흘째 계속된 의총은 감정싸움만 격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당내 양축인 친이(친 이명박)계와 친박(친 박근혜)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면서 세종시 앞 날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제왕적 총재" VS "새빨간 거짓말"
24일 의총에서 발생한 계파간 충돌은 친이계 공격수 정두언 의원의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정 의원은 "과거 한나라당은 아주 유리한 상황에서 두 번이나 대선에 패했는데, 반대를 용납 안 하고 측근이 무조건 예스만 했던 '제왕적 총재' 때문"이라면서 "지금 우리 당 분위기가 아주 춥고 무섭다"고 했다. 한나라당의 대권 주자였던 이회창 총재와 박근혜 전 대표와 동일선상에 놓고 박 전 대표를 '제왕적 총재'에 빗댄 것이다.
그는 또 지난해 미디어법 처리 당시 박 전 대표가 수정안을 제안한 것을 놓고도 "우리 당에 당론이 있었지만 박 전 대표가 느닷없이 수정안을 들고 와 어쩔수 없이 따랐다"고도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이 이어지자 친박 진영에서는 고성을 지르며 반발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의총 도중 퇴장해 기자회견을 갖고 "정 의원이 새빨간 거짓말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이런 식의로 당내 인사를 비난하려고 토론의 장을 만들자고 했느냐"며 "화합하자고 하면서 한 쪽에서는 창으로 찌르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수정안 당론변경 '가시밭길'
양 측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당론변경은 더욱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친이계는 당론변경을 위한 '매직 넘버'인 의원 113명 이상이 수정안에 찬성할 것으로 보고, 의총이 끝나면 표결을 강행할 태세다. 또 그동안 중립지대 의원들이 제시한 '절충안'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중립지대 의원들이나 친박계 일부의 표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를 '협상의 여지가 없는 독선'의 이미지로 고착시킬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친박계는 절충안도 수용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난 유정복 의원은 25일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 "어떤 절충안이든 변형된 수정안이다. 원안의 목표도, 수정안도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면서 "검토할 사안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의총 보이콧'을 검토하던 친박계는 일단 의총에는 참석키로 했다. 친이계의 일방적인 주장을 간과할 수 없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정현 의원은 이날 아시아경제와 전화통화에서 "지금까지 의총으로 봐선 동어반복만 계속될 뿐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 같다"면서도 "의총에는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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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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