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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걸음' 도시분쟁조정위.. 속타는 재개발 지구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주거환경정비사업의 주민 갈등 해결 창구인 '도시분쟁조정위원회' 설립이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은 조정위원회 설치를 서두르고 있으나 시의회 내 갈등이 커지며 조례 제정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하지만 '백지동의서' 무효 판결 등으로 정비사업은 속속 무산되고 있어 해당 주민들의 주거불안과 갈등의 폭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정부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 후 한 달이 넘도록 위원회 설립이 필요한 시·군·구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미숙함을 드러내고 있다.


12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1월1일부터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시행돼 도시분쟁조정위원회 설치가 의무화됐다.

분쟁조정위는 재개발과 재건축 등 주거환경정비사업에서 갈등이 증가하면서 소송 제기 등으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지자체가 주체가 돼 신속하게 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만든 기구다.


하지만 국토부는 관할 내 정비구역을 갖고 있는 시·군·구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태모 주택정비과장은 "법 시행 직후 광역시단체에 현황 파악을 위한 공문을 내려보낸 상태"라며 "현재까지 두 곳이 집계가 안된 상태로 전체적인 집계를 하지 않아 도시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대상 지자체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독려공문을 보낼 예정"이라면서도 "지자체마다 사정이 달라, 대상지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도시분쟁조정위원회를 직접 설치·운영하는 지자체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국토부의 법 개정에 따라 조례를 개정하고 조정위원 선정에 나서야 하나 조례 개정작업이 시의원간의 의견대립으로 오리무중인 상태다. 조례 통과 후 위원 선발에도 만전을 기해야한다는 게 지자체 측의 설명이다.


임 과장은 "도시분쟁조정위원회의 설치는 위원회를 직접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위임돼 있다"며 "지자체가 조례에 조정위원회 설치를 위한 규정을 만들고 위원들을 선발해야 하는 등의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재 경기, 부산, 강원 등 3곳은 조례에 조정위원회 설치규정을 포함시켰다. 이어 시·군·구별 도시분쟁조정위원회 설치를 위한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이에 비해 수백여곳의 재개발·재건축 단지가 집중돼 있는 서울시는 시의회에서 논의가 공전되는 상황이다.


이런 시의회의 사정과 달리 조합과 조합원, 주민(비상대책위)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또 대법원의 '백지동의서' 무효 판결 등으로 정비사업은 더욱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지난 22일엔 서울 왕십리 뉴타운 1구역 조합 설립이 무산됐다. 대법원은 조합투진 동의서 644장 중 59장이 기본적 내용을 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업은 무기한 연기됐고 추가부담금과 일반분양가는 높아질 전망이다. 아현4구역 조합은 지난 2008년 6월 관리처분을 받았으나 지난해 10월 사업초기에 제시한 사업비와 관리처분인가 이후 제시한 사업비가 달라 패소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의 23건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50건 이상의 재개발 사업 무효 소송이 추가로 제기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이 지난해 10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국에서 총 21건의 조합설립무효소송 건이 걸려 있으며 지난 2007~2008년에 관리처분 된 47개 재개발 사업구역 모두 비용분담 내역을 기재한 동의서가 전무한 것으로 집계됐다. 도시분쟁조정위원회의 설립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뜻이다.


왕십리 재개발 구역에 살고 있는 김정환(35)씨는 "법원 판결에 따라 사업착수까지 다시 오랫동안 기다려야 할 것 같다"면서도 "정비사업을 둘러싼 갈등을 풀 수 있는 기구가 시급히 설립돼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소송으로 갈수록 커지는 사회적 비용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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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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