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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대본에도 '복근'이 생길 지경이다. KBS2 '추노'에서 대길로 분해 열연중인 장혁의 성실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한 분석에서부터 극 전반에 대한 이해까지 그의 노력은 엄청나 보인다.
"대본은 나중에 수정이 되더라도 나오면 무조건 외워놓고 봐요. 제가 하는 말 톤이랑 다른 대사는 입에 붙게 고치는 작업을 하죠. 하지만 즉흥연기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많이 하지는 않아요."
배우로서 그의 노력에 정점에서 '대길'을 만난 듯하다. 선악의 경계가 모호한 대길은 남들처럼 이념을 따르거나 미래를 사는 인물이 아니다. 언년(이다해)을 사랑했던 과거를 붙잡고 언년을 쫓는 현재를 살고 있는 인물이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바로 이대길이라는 캐릭터 때문이에요. 제가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에서 최대치라는 인물을 너무 좋아했어요. 격동기를 살면서 이념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세월에 따라 살아가는 인물이거든요. 대길의 캐릭터도 최대치와 닮아 있어요. 민초로 살아가면서 악인이라고 말할 수도, 영웅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한 인간이죠.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표현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어서 매력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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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꾼'으로 변해 매서운 추격을 하고 있지만 양반집 도련님이었던 회상장면에서는 그토록 순박할 수 없다. "추노꾼일 때는 날쌔고 매섭고 추격중이지만, 양반일 때는 수동적인 인물이었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여종 언년이를 데리고 살면 되는데 이 사랑이 너무 순박하고 순수해서 그러지를 못했던 거죠."
한창 촬영 중인 그의 머릿속은 온통 '대길'이다. 장혁이 대길인지 대길이 장혁인지 구분할 수 없는 지점은 또 하나 더 있다. 10년이 넘게 연마해 온 '절권도'가 바로 그 것.
"태하(오지호)나 철웅(이종혁)이 선보이는 정통무예와는 대비되게 대길이 하는 무술은 저잣거리에서 생존하기 위한 무술이죠. 이런 것이 제가 연마했던 '절권도'와 맞아 떨어져요."
화제가 된 '초콜릿 복근'은 말처럼 또 보기처럼 화려한 것은 아니다. "사실 몸으로 먹고 사는 '민초'의 몸이죠. '관상용'이 아닌 노동자의 몸이에요."
무릎을 '탁' 칠 정도로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된 모습은 그가 예전 대학입학시험 면접에서 했던 말이 조금씩 실현되고 있다는 증거다.
"'왜 연극영화과에 지원했느냐'고 면접관이 물어보셨어요. 전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고 말했어요. 꽉 차있지 않은 비어있는 말을 내뱉은 거죠. 그런데 지금 연기를 하면서 재밌는 것은 내 웃음, 내 목소리지만 그 인물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내 안의 또 다른 모습을 보는 것이 재밌어요."
그는 최근 불거진 노출·모자이크 논란 등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모자이크 처리 같은 부분에서 제작진의 입장도 이해가 가요. 시청자들이 지적한 부분에 대해 찬물이냐 뜨거운 물이냐 양단간에 선택을 해야하니까. 하지만 배우로서 안타까운 점은 그 모자이크가 나오면서 이다해라는 배우가 연기한 부분이 지워져 버렸다는 것이죠."
나름대로의 부침을 겪어 온 그는 최정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현재가 담담하다.
"시청률 최고의 드라마를 해 본적도 있고, 최하의 드라마도 해 봤어요. 군대에 갈 때는 앞이 안보이는 상황이었고. 그런 일들이 큰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죠. 모든 것들이 긴 인생에서 한 파트인 것 같아요. 지금 조명을 받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에 기분은 좋지만 주객이 전도돼서는 안된다고 늘 생각하죠. 복서로 치면 24라운드에서 이제 겨우 3분의1 뛴 거니까 템포조절을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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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사진 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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