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친·부인 묘소 움막 짓고 지키다가 동사
선친의 묘소 옆에 움막을 짓고 날마다 지극정성으로 관리해오던 70대 노인이 묘소 옆에서 숨진채 발견돼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31일 오전 1시30분께 광주 광산구 남산동의 한 마을 뒷산에 자리한 선친의 묘소 옆에서 숨진채 발견된 A(73)씨.
A씨는 최근 수년 동안 날마다 버스를 타고 10여㎞ 떨어진 이곳 선산을 찾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었다.
30여년전 부인을 잃고 홀로 아들과 딸을 키우면서도 선친과 부인이 뭍힌 묘지를 각별히 신경써오다가 2년여 전부터 아예 묘지 옆에 움막을 짓고 조그만 텃밭을 일구면서 하루종일 묘지를 지켜온 것이다.
이 때문인지 A씨 문중의 선산에 있는 A씨의 부모, 조부, 증조부 등의 묘지는 언제나 잡초 하나 없이 말끔했으며, 날마다 새로운 술잔이 올려졌었다.
숨진채 발견되기 전날인 30일에도 A씨는 오전 5시께에 어김없이 부모 묘지에 올릴 청주 한 병을 들고 광산구 월곡동 자택에서 나섰다.
하지만 이 모습이 A씨의 아들(42)이 본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A씨의 아들은 자정이 넘도록 귀가하지 않는 아버지를 찾아 나섰으나, 결국 선친의 묘지 앞에 청주가 담긴 술잔만 덩그러니 남겨둔채 싸늘한 주검이 돼버린 아버지를 발견했다.
경찰에서 A씨 아들은 “아버지는 평소 돌아가신 조부모님을 무척 그리워하셨으며, 어머니 묘소 옆에 자신의 가묘까지 세워두고 부모님과 하늘에서 상봉할 날을 준비하셨었다”며 “평소 제주를 올린 뒤 남은 술을 즐기셨는데 이날도 술을 마시고 잠들었다가 변을 당한 것 같다”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움막에서 술을 마시고 잠에 들었다가 체온이 급격히 떨어져 동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부모님을 그렇게 그리워하셨다더니 이제 하늘나라에서라도 부모님과 상봉해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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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남일보 김범진 기자 bjjournal@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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