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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칼럼] '백수'가 400만명인 사회

고용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찬바람 애는 날씨만큼이나 '빙하기'다. 이명박 정부가 제1국정과제로 내세우며 위기를 타개하려 하지만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고용은 경기에 후행하기 때문에 경기가 조금 나아진다 해도 단시간에 결과가 나타나지 않으며 다시 경기가 후퇴한다면 선행 효과는 사라지고 만다.


사실상 '백수'가 400만 명을 넘어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공식 실업자는 88만9000명이나 주당 18시간미만 취업자, 취업준비자, 구직포기자, 그냥 쉬는 자를 포함해 정상적인 직업을 갖지 못한 경우는 408만 명에 이른다. 특히 취직하려다 단념한 구직포기자가 16만2000명으로 1년 새 38.9%나 늘어 심각성을 말해준다. 또 취업자 가운데도 최저생계비 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이른바 '근로 빈민'이 237만 명으로 11.6%를 차지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는 줄고 임시직 등 저임금 일자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하는 젊은이들이 빠른 속도로 줄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12월 전체 취업자는 2322만90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1만6000명이 줄었으나 25~49세 취업자는 1517만7000명으로 무려 25만7000명이나 감소했다. 전체 취업자에서 이 연령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64.2%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1.1%포인트가 떨어지면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산업 현장에서 가장 높은 생산성이 있는 핵심 취업자가 감소한 것으로 기업 생산성과 가계 소비 등 경제 활동을 위축시켜 성장률에도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3분기 청년(15~24세) 고용률은 2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가운데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전체 실업률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미국과 일본의 청년고용률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으로 청년 실업은 빈곤 차원을 넘어 사회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 심각성은 더 한다.

또 지난해 신규 실업급여 신청한 자는 107만4000명으로 사상 처음 1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실업급여 지급자도 31.4% 늘어난 130만1000명, 지급액 역시 전년보다 43.7% 증가한 4조1164억 원으로 모두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사업주가 휴업이나 훈련 들을 통해 고용상태를 유지할 때 지급하는 고용유지지원금도 지급액이나 수혜근로자 모두 전년에 비해 10배 넘게 증가해 자칫 실업상태에 도달할 이른바 '대기인력'도 크게 늘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가 나서 30대 그룹이 올 87조원을 투자하고 8.7% 증가한 8만 명을 신규 채용하며 향후 8년 동안 300만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고용창출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으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으리라는 분석이다. 대기업의 고용유발 효과가 크게 떨어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 대한 상의가 500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채용계획이 확정한 256개사의 경우 지난해보다 오히려 5.6% 덜 뽑을 것으로 나타나 결국 대기업만으로 고용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줬다.


실질적인 고용 창출을 위해선 정부가 먼저 성장률 위주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고용 없는 성장'에서 볼 수 있듯이 성장의 질을 도외시한 대기업 위주의 단기적인 처방으론 고질적인 실업을 타개할 수 없다. 고용의 9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과 육성이 절실하다. 또 고용창출 효과가 제조업의 2배에 달하는 서비스산업에 대한 진입장벽 철폐와 지원도 필요하다. 한때 시행했던 고용증대 특별세액공제제도의 합리적인 도입과 영세기업에 대한 보험료 감면 등 실질적인 혜택도 다시 검토돼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 증대 등 노사관계 선진화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오는 21일 대통령이 주재하는 제1회 국가고용전략회의가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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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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