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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주범은 냉장고 <上>

시계아이콘01분 58초 소요

“오빠~! 오빠~!”라는 야단스러운 환호와 박수를 받으면서 강의를 시작할 수 있는 멋진 70대 신사는 과연 얼마나 될까요 ?
정신과 의사로 또 베스트셀러 저자로 유명했던 이시형 박사는 빨간 모직머플러 한쪽을 어깨 뒤로 넘긴 반코트차림으 로 (주)홍원의 강단에 섰습니다. 그가 말한 핵심주제를 2회에 걸쳐 중계해 보겠습니다.


예전에 TV에서 공개강의로 명성을 날렸던 시절과 별 다름없이, 안경 너머 특유의 시니컬한 눈빛과 익살스러운 경상도말의 구수함은 여전하더군요. ‘정신건강의 전도사’ 이 박사는 오늘날 한국사회의 정신상태를 한마디로 ‘절제를 잃은 사회 ’로 진단했습니다.

그는 '불안·우울·공격적·충동적·오기·막말···'등의 현상들이 일어나는 이유를 정신의학적으로 뇌 속의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의 부족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 말을 듣고 보니 지난해 국회에서 신발을 신은 채 책상 위를 마구 뛰어다닌 통제불능의 강기갑 의원이 떠올랐으며, 작금의 허허벌판 세종시 공사를 두고 멱살잡이 직전으로 가고 있는 여야의 정치적 공방도 연상되었습니다.
세로토닌은 보통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 때 생성되는 것이라서, 국민들은 당분간 세로토닌 갈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 겠죠.

우리 뇌 속에는 3대 각성물질이 동거중인데 그중에서 위기관리를 담당하는 호르몬의 이름이 ‘놀아드레날린’이라고 합 니다. 그건 갑자기 강도를 만났을 때처럼 긴장된 순간에 분비됩니다. 만약 강도가 인질범으로 변한다면 긴장은 급속히 진행되겠죠. 세로토닌은 이때 과다하게 분비된 놀아드레날린을 조절해야 하는 막중한 기능을 담당하는 셈입니다.


놀아드레날린이 과도하면 스트레스가 되고 엔도르핀이 심하면 흥분이 지나쳐 사고를 치게 된답니다. 어느 경우든지 세 로토닌이 제 역할을 못하면 정신과를 찾을 환자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합니다. 긴장과 흥분 사이를 분주히 오가는 착한 중재자가 바로 세로토닌인 것입니다.


이 박사가 세로토닌의 역할을 특별하게 강조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지난 20세기가 놀아드레날린과 엔도르핀이 지 배했던 경쟁과 격정의 시대라면, 21세기는 좀 차분하게 세로토닌이 제 역할을 하는 시대가 되었으면 하는 희망 때문이 었죠.


매달 무언가 새로운 걸 개발하고 팔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게 ‘하이테크 문명시대’라면, 앞으론 기왕의 전통과 자연 속에 잠재해 있는 문화적 요소를 끌어내어 감동을 팔 수 있는 ‘하이터치시대’로 가야한다는 것입니다.


그 예로 한국산 녹음테이프를 들었습니다. 세계 제1의 기술과 시장점유율을 가진 이 자기테이프 한 개는 고작 1000원이하 에 팔리지만, 같은 테이프에 조수미나 원더걸스의 노래가 담기면 몇 배나 비싸게 팔 수 있는 것처럼···.


이 박사는 세로토닌이 잘 분비되려면 몸에다 자극을 주어야하는데 가장 손쉽게 세로토닌을 불러오는 방법으로 걷기운동 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산책을 하며 느끼는 행복한 기분은 세로토닌 때문입니다. 대중교통이 시원찮은 시절에는 3km 정 도의 거리는 걸어서 다녔으나, 요즘 사람들은 한 블록의 거리도 걸어다니지 않는 데서 만병의 근원이 자란다고 봅니다.


아프리카의 초원지대 야생 상태에선 각종 짐승들이 새벽에 걷고 달리는 데서부터 시작되죠. 그곳에 사는 원주민들 역 시 맹수들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숨거나 달리고, 초식동물 사냥을 위해 숙명적으로 달릴 수밖에 없는 일상이기 에 저절로 운동을 하게 됩니다.


그들은 사냥거리가 많아도 오래 보관할 방법과 운반수단이 부족했기에 그날 먹을 만큼만 잡아와야하고 다음날 또 다시 뛰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삶이었습니다. 만약 냉장고와 승용차가 없다면 우리도 하루 먹을거리만 사가지고 와야 하며, 좀 더 신선한 채소를 구하기 위해서 얼마만큼 걸어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 과정에서 몸은 운동을 하고 인스턴트식품을 추방하게 되어 건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시형 박사가 냉장고를 건강 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강원도 홍천의 해발 250m 가파른 산등성이에다 ‘힐리언스 선마을(www.healience.com)’을 조성 해 세로토닌 문화운동을 시작한 이유도 거기 있었다고 했습니다.


'워킹=세로토닌'이란 프로그램을 보고 찾아오는 이들이 꼭 건강이 좋지 않은 실버세대들만은 아니라고 하죠. 심신 을 재무장하기 위해서 걷고 명상하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남녀와 세대 관계없이 체험을 통해서 스스로 깨 달아간다고 합니다.


下 다음 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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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평론가 김대우(pdik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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