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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통화 평가절하' 후폭풍

인플레이션 고조, 사재기, 국채 급등, 미 수출업체 피해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 베네수엘라가 자국 통화 볼리바르(Bolivar)화에 대해 최대 50%의 평가절하 조치를 단행한 지 하루 만에 후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11일부터 수입품목에 적용되는 환율을 달러당 2.15볼리바르에서 4.3볼리바르로 50% 평가 절하했다. 식품 및 기계류, 의약품 등의 필수품의 경우는 수입 시 2.60볼리바르를 적용해 이원화된 체제로 운용된다.

◆ 美 수출기업 울상 = 베네수엘라는 이중 환율 시스템으로 전환함으로써 수출업체들의 실적이 개선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로 제품을 수출하는 미국 업체들은 울상이다. 하루아침에 가격 경쟁력이 약화됐기 때문. BMO캐피털 마켓은 이들 기업의 투자의견을 하향, 시장의 우려를 반영했다.


대표적인 업체는 바로 화장품 직판 업체 에이번(AVON)과 생활용품업체 콜게이트 팜올리브(Colgate-Palmolive), 위생용품 팜매업체 킴벌리클라크(Kimberly Clark) 등 이다. 업계 전문가는 이들 기업의 전체 매출에서 베네수엘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매출이 평균 2% 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베네수엘라 국영기업들은 쾌재를 외치고 있다. 특히 국영 석유업체인 페데베사(Petroleos de Venezuela SA)의 경우 다른 해외업체들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석유를 수출할 수 있게 돼 향후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또 국내 수입 석유가격도 인상될 전망이여서 여기에 따른 혜택도 클 것으로 보인다.


◆ 채권 투자자 '반색' = 통화 평가절하 소식으로 11일 베네수엘라의 2027만기 국채 가격은 4% 급등하면서 2008년 9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이번 정책으로 베네수엘라가 석유 수출에 따른 수익을 극대화해 재정적자 부담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클레이스 캐피탈의 알레한드로 그리산티 애널리스트는 "정부 발표로 베네수엘라 자산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12일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도 베네수엘라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조정했다.


◆ 소비자 물가 상승 '비상' = 베네수엘라 내부에서는 물가가 오르기 전 필수품을 사재기하려는 시민들과 이를 단속하려는 경찰들이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수도 카라카스의 상점들마다 수입TV나, DVD, 냉장고 등을 사려는 줄이 길게 늘어져 있다. 새 환율정책이 적용돼 수입제품 가격이 급등하기 전에 사기 위해서다. 카라카스의 한 상점 주인은 평소보다 판매량이 3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이에 차베스 정부는 투기방지위원회를 만들어 사재기를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앞서 TV인터뷰에서도 차베스는 "중앙은행과 힘을 합쳐 이러한 투기 세력을 바로잡아 국민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게 할 것"이며 "물건 값을 인상하는 기업은 국유화조치를 취할 것"이라 약속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고조되는 양상이다. 작년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은 27%에 달해 블룸버그통신이 조사한 78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RBS증권의 보리스 세구라 애널리스트는 "통화가치 절하가 정부의 재정난을 덜어줄 수 있겠지만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은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 전했다. 그는 올해 인플레이션이 40%를 기록하며, 1분기 경제성장률은 -6%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통화정책으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욱 하락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집권 당시 60%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그는 지난 10년간, 각종 경제정책이 실패하면서 현재는 50%의 지지율에 그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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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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