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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남자의 변신] (상) X세대에서 초식남으로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20대에서 30대, 한마디로 '젊은 남자'들이 끊임없이 변신하고 있다. 패션에 무관심하지만 나름 세련됨을 추구하던 'X세대'들은 이제 여자보다 섬세하고 감성적인 '초식남' 또는 근육과 터프함으로 무장한 '짐승남'으로 향하고 있다.


어떤 특정 성향을 지칭하는 신조어를 보면 그 시대의 유행, 성향, 이상형 등을 알 수 있다. 특히 최근 신조어들은 과거와 달리 ○○남, ○○녀 등과 같이 남성과 여성을 마치 성별 구분하듯 나누며 다채로운 성향과 개성을 나타내고 있다.

90년대 X세대부터 최근의 초식남까지, 남성과 관련된 신조어로 남성의 외모, 성향, 스타일의 변화를 살펴보자. (자료= 삼성디자인넷)

◆ 1990년대, 터프 & 카리스마 VS 부 & 카리스마 =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전반, 고도성장의 시기에는 근육질과 정력이 남성성의 대표적인 속성이었다. 그러나 고도성장의 성과가 어느 정도 나타나고 정보화 사회로 대두되는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중반에는 더 이상 정력과 근육으로 상징되는 남성은 남성성의 대표 기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 시기에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터프함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여기에 인간적 고뇌까지 겹쳐지는 남성상이나 자유스러운 사고와 화려한 소비지향을 위한 부, 강한 카리스마, 그리고 여성을 사랑할 줄 아는 태도까지 갖춘 X세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남성평등이 강조되던 1990년대 중반부터는 남성의 강인함과 터프함대신 부드러움과 자상함이 매력인 남성이 부상했다. 사나이답기보다는 다정다감한 남성상을 좋아했으며 이에 따라 부드러운 남자와 꽃미남 배우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차인표와 정우성, 이정재, 장동건 등이 대표적이다.

◆ 2000년대, 메트로 섹슈얼-위버 섹슈얼-크로스 섹슈얼 = 2000년대 들어 권상우, 비, 세븐, 소지섭, 현빈, 조인성과 같이 곱상한 외모에 남성성의 강인함과 여성성의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남성상, 즉 강한 남성임을 잃지 않으면서도 순수한 사랑에 가치를 부여하는 메트로 섹슈얼한 남성이 인기를 끌었다.


이것은 경기 침체로 인한 불안한 심리에 따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능력을 갖추고 남녀 관계에 있어서는 평등성을 부여할 줄 아는 부드러운 남성들이 요구됐기 때문이다.


2004년께 남성성은 위버 섹슈얼한 이미지가 부각됐다. 위버섹슈얼은 자신감, 지도력, 정열, 자비심과 같은 남성의 긍정적인 측면을 지니면서도 여성에 대한 경멸, 감정적 공허함, 문화적 소양부족과 같은 남성에게 흔한 약점들을 극복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서 강력한 힘 보다는 감성과 문화의 중요성, 그리고 정열 등이 남성의 매력 요인으로 꼽는 분위기가 많아진 것을 보여준다.


그 후 2005년 '왕의 남자' 흥행과 함께 이준기를 선봉으로 크로스 섹슈얼한 남성상이 크게 주목받는다. 크로스 섹슈얼은 여성들의 의상이나 머리 스타일, 액세서리 등을 하나의 패션코드로 생각하고 치장을 즐기는 남성들로 이준기, 김현중, 김희철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청년실업, 빈부 격차 심화 등으로 기존의 남성에게 부과된 경제적 책임감과 부담감을 회피하기 위한 기제로 풀이된다.


◆ 2009년, 현실의 초식남 VS 이상의 짐승남 = 메트로 섹슈얼, 위버 섹슈얼, 크로스 섹슈얼을 지나 마침내 도착한 2009년의 남성상은 바로 '초식남'이었다. 일본의 여성 칼럼리스트 후카사와 마키가 명명했다는 이 초식남은 기존의 남성스러움(육식적)을 어필하기보다는 주로 자신의 관심분야나 취미활동에는 적극적이지만 이성과의 연애에는 소극적인 남성을 말한다.


남성에게 지워졌던 책임이나 권한을 벗어던진 이들은 '남자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패션이나 뷰티에도 많이 투자한다. 이것은 불황이 지속되면서 남성들이 이성관계에 돈을 쓰거나 결혼으로 처자식을 부양해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자신에게 몰두하는 경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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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성에게 관심도 없고 자신을 꾸미는 것에 빠져버린 초식남은 경쟁을 피하는 소극적인 남성성을 보여주고 있어 사회적인 시선 또한 곱지 않다. 이러한 추세의 반작용으로 등장한 것이 탄탄한 근육과 강한 눈매를 가진 '짐승남'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짐승남은 '촌스러운 옛날 남자'로 각인돼 온 가부장적인 남성상으로 여겨졌지만 불황의 지속으로 이들의 남자다움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는 앞날을 모르는 불안한 현실 속에서 강한 힘과 리더십, 카리스마를 가진 남자에게 기대로 싶은 심리가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지속되는 불황 속에 강한 남성들이 각광받는 반면, 자기중심적인 초식남 역시 증가할 것으로 보여 남성의 실제와 이상 사이에는 어느 정도 거리감이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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