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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목에 방울 단 제약업계.. '리베이트 근절' 가능할까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한국 제약산업의 해묵은 고질병 '리베이트'가 내년에는 완치될 수 있을까. 어느 때보다 정부 규제가 강해졌고, 제약업계도 '이대로 가다간 공멸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이 상황에서 수개월 간의 진통 끝에 업계가 스스로 마련한 '공정경쟁규약'이 완성됐다. 자신들의 손과 발을 모두 잘라내고 그야말로 '무공해 영업환경'을 선언한 규약을 바탕으로 제약업계는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인가.


◆"영화표 한 장도 주지 않겠다"

리베이트 제공 사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런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의약품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이 24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이 규약은 제약사들의 대표 기구인 '한국제약협회'가 마련했고 4월 1일부터 시행된다.


내용을 보면 의약품 처방을 유도하기 위해 업체들이 의약사에게 제공해 온 수백 가지의 리베이트 유형들이 나열돼 있다. 가장 확실한 병원 로비 방법인 '기부금 제공' 행위가 원천 금지된다. 굳이 해야 한다면 제약협회가 선정한 단체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의사 개인에 대한 로비 전략인 '해외 학회 및 제품설명회 참가지원' 행위도 전면 금지된다.

신종 리베이트 방법으로 꼽히는 '강연료, 자문료를 빙자한 금품 제공 행위'도 사실상 어려워진다. 필요한 경우엔 협회에 신고한 후 행사를 진행해야 한다. 이 외 병원에 TV를 설치해주거나 공연티켓을 선물하는 행위 등 지금까지 관례적으로 행해진 일들이 모두 '리베이트'로 간주된다.


◆고양이 목에 방울이 달렸다


성격은 '자율규약'이지만 사실상 법적인 효력도 있다. 규약을 어기면 제약협회 제명 등 상징적 조치 뿐 아니라, 1억 원 이하의 위약금을 물게 하고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당국에 고발토록 규약은 정했다.


또 이번 규약은 향후 당국이 리베이트의 판단기준으로 활용될 것이어서, '리베이트가 적발되면 약값을 깎는다'는 보건복지가족부의 새 제도와 연계되는 효과도 있다.


소소한 부당행위로도 벌금, 당국고발, 공정위 조사, 약값인하 조치 등 연쇄적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이다. 업계 스스로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최후의 선택을 한 만큼, '리베이트의 유혹'이라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데 일단은 성공한 셈이다.


◆리베이트 없는 업계…어떻게 달라질까


이제 관심은 '리베이트 없는 의약품 영업환경이 업계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로 모아진다. 원론적으론 리베이트 자금을 연구개발비로 전환할 환경이 조성된 것이므로, 한국 제약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반면 의약품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복제약' 경쟁부문에선 인지도가 낮은 소형제약사들의 고전이 불가피해졌다. '리베이트'가 없다면 품질을 믿을 수 있는 '상위사' 제품을 쓰는 방향으로 처방 행태가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상위 제약사로의 시장 편중, 업체들의 합종연횡과 거대 제약사 탄생이라는 모양새로 산업구조를 바꿀 수 있다.


문경태 한국제약협회 부회장은 "정부가 업계를 압박해도 별 반항을 할 수 없던 것은 결국 제약업계가 리베이트라는 원죄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더 많은 제약산업 육성정책이 많이 추진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방점 '쌍벌죄'


의약품 처방권과 판매권을 독점한 의약사들이 리베이트를 요구할 경우 거절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리베이트 근절을 막고 있다는 게 제약업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때문에 받는 쪽에 대한 처벌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하지만 이런 '쌍벌죄(雙罰罪)'가 언제 도입될 지는 미지수다. 관련 법안이 1년 넘게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고 최근엔 논의가 내년 2월로 또 연기됐다. 업계는 "법을 개정하려는 복지부 의지가 강하지 않다"고 불만스러워 하고 있다. 법안에는 리베이트를 받은 의료인의 면허를 1년 정도 정지시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많은 제약사들이 리베이트를 중단하려 하고 있으나, 현장에선 리베이트를 원하는 의사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게 현실"이라며 "쌍벌죄 도입 없이 리베이트 근절은 불가능하다는 게 업체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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