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신정 연휴 이어져 종무식 앞당기는 기업 늘어나
[아시아경제 우경희 기자]지난해부터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느때보다 어려운 한 해를 보낸 샐러리맨들이지만 올 연말은 예상치 않은 '달콤한 휴가'로 입가에 환한 웃음을 머금을 전망이다.
23일 산업계와 건설업계, 증권ㆍ금융가에 따르면 성탄절과 신정 휴일이 각각 3일간의 연휴로 이어지는 가운데 아예 이 기간에 최장 10일간의 휴무를 종용하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서 좋은 실적을 거둔 경우가 많아 연말 휴가 분위기가 더욱 들뜨고 있다.
◆삼성ㆍLG 등 대기업 동참, 유통업계도 휴가 즐겨=삼성은 성탄절 연휴 이후 첫 업무개시일인 27일부터 권장휴무에 돌입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부분의 일반 사무직은 휴무 대상이 된다"며 "공장 가동을 멈출 수 없는 반도체나 LCD 생산라인을 포함해 생산직군은 사업장별로 가변적인 휴무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삼성 직원들은 총 10일간의 연말 휴가를 즐길 수 있게 됐다. LG그룹 역시 종무식을 앞당기는 방식으로 휴가를 부여한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도 25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10일간의 휴가에 돌입한다.
완성차업계에서는 GM대우가 연말 휴가를 만끽한다. 군산공장은 지난 19일까지 잔업 및 주말특근을 통해 이달 책정된 물량을 모두 소화하고, 21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2주 가량 휴무에 들어갔다. 또 중형세단 토스카와 SUV 윈스톰 등을 생산하는 부평공장도 오는 25일부터 열흘동안 라인가동을 중지한다. GM대우 관계자는 "마티즈크리에이티브, 라보 등 경차 차종을 생산하는 창원공장은 연말 연초 풀가동 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는 29일 창립기념일을 맞는 현대차도 실무급 직원들을 위주로 자투리 휴가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측도 창립기념일을 전후로 밀린 연차를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유통가에도 연말 최장 10일간의 휴가를 즐기는 기업들이 적잖다. 대상과 매일유업 등은 25일부터 많게는 다음달 3일까지 최장 10일동안 연월차를 활용, 휴가토록 권고했으며 CJ제일제당은 성탄절 연휴의 앞날인 24일과 뒷날인 28일중 하루를 선택해서 휴가를 낼 수 있도록 했다. CJ오쇼핑 등 홈쇼핑업계도 25일부터 연말까지 일단 연월차 형태로 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건설업계, 일부 대기업 장기휴가 돌입=건설업계는 일부 대기업 계열사들이 연말 장기휴가로 재충전의 기회를 갖는다. 반면 대부분은 31일 오후 종무식을 진행하고 1월4일 새해 첫 월요일 시무식을 통해 새해 사업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GS건설, SK건설 등 대기업 계열사는 연말 이틀을 쉰다. GS건설은 종무식을 따로 갖지 않고 29일까지만 근무하고 건설현장들도 자율적으로 쉬도록 권고했다. SK건설은 특별휴가나 공동연차휴가를 내는 방식으로 올해의 마지막 이틀간을 쉬도록 배려했다.
삼성과 롯데는 휴일에만 쉰다. 삼성건설은 31일 종무식을 갖는 대신 성탄절 연휴를 전후해 하루씩 휴가를 내도록 했다. 삼성건설 관계자는 "예년과 비슷하게 하루나 이틀정도 휴가를 내 쉬도록 했다"면서 "연말연초는 새해 계획수립 등을 위해 더 바쁜 시기"라고 말했다. 롯데건설 역시 31일 종무식을 갖고 1월 첫 사흘간 연휴만을 즐기도록 했다.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포스코건설 등도 공식 휴일인 새해 1~3일만 쉰다. 올 마지막날 종무식을 갖고 1월4일 시무식을 갖는다는 계획이다.
◆은행권에도 겨울휴가 러시=은행권에도 겨울휴가 소식이 연이어지고 있다. 국책은행과 대부분 시중은행들이 임금 5% 삭감과 연차 휴가 의무사용에 합의하면서 올해 안에 남은 연차를 모두 소진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이 합의는 이미 지난 10월에 이뤄졌지만 직원들은 개인별로 많게는 10일 이상 연차휴가를 남겨두고 있다. 은행측은 직원들에게 가능하면 올해 안에 휴가의 25%에서 50% 이상을 사용토록 권장하고 있다.
아직 연차 휴가가 많이 남은 은행원들은 자녀들의 방학이 시작되는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이용하거나 연말 직전에 휴가를 붙여서 사용할 계획이어서 겨울휴가 분위기가 확산될 전망이다.
◆"휴가 몰라요" 연휴가 오히려 '특수'=한편 남들의 연휴가 오히려 특수로 작용해 쉴 틈 없이 겨울을 나는 업계도 적잖다. 연말 연휴기간에 여행객이 몰려들면서 항공권 예약은 이미 마감됐다. 이용객이 오히려 늘어난 상황에서 휴무 확대 적용은 언감생심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미 연말연초 성수기에 돌입했다"며 "동남아 등 인기 노선은 연말 특수 기간 예약률이 100%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백화점과 마트 등 주요 유통업계 역시 연휴 없이 1월 1일 하루만 쉬며 성탄절에는 근무시간이 오히려 늘어난다. 영화관과 호텔, 콘도 등 레저관광업계에는 이미 예약 여분이 동났으며 패키지 여행상품도 대부분 매진돼 관련업계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반면 여전히 불황의 그늘에 들어가 있는 중견 및 중소기업들에게도 연말 꿀맛 휴가는 남의 얘기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경기회복의 여파를 늦게 느끼게 되는 중견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경기 불황에 대한 위기감이 크고 오래 지속돼 휴무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는 분위기"라며 "연말에 푹 쉬고싶은 마음만은 간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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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khw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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