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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 나가는 자식은 '살짝' 부담스러워

대표품목 비중 큰 제약사들의 경영전략 각양각색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특정 품목이나 사업영역에 회사 매출이 지나치게 집중된 제약업체가 의외로 많다. '그 회사 하면 그 제품'이란 이미지는 인지도 상승에 좋지만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감은 어쩔 수 없다. 대책은 갖고들 있을까. 이 고민을 나름 슬기롭게 해결한 회사도, 그러려고 애쓰는 회사도, 방심하다 쓰러지기 직전인 회사도 있다.


◆"그 날이 오지 않기만을 바란다"

올 해 제약업계는 한 중소 제약사의 몰락에서 많은 교훈을 얻고 있다. 혈액순환개선제 '타나민'이란 제품 하나가 매출액의 44%를 차지하던 유유제약은, 지난해 발표된 정부의 '비급여 조치' 한 방에 회사 매출이 6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불운을 겪었다. '타나민 이 후'를 대비하지 않은 회사의 희망은 '정부가 법을 바꿔주기' 밖에 없어 보인다.


제일약품은 세계 유수 제약사들의 제품 판매를 대행하는 사업에 60%를 의존한다. 언제든 제품회수가 이루어지면 매출은 반쪽이 될 수 있다. 회사는 "오래 지속된 관계로 서로 윈-윈 하고 있으므로, 그들이 판권을 회수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을 뿐이다.

◆"한 놈만 똑똑하면 안 돼, 자식도 분산투자"


유유제약과 상황은 같았으나 대처법이 다른 회사가 있다. SK케미칼의 대표품목 '기넥신' 역시 정부의 비급여 조치로 매출이 반쪽이 됐다. 당초 기넥신은 이 회사 제약사업 부문 매출의 15%를 차지했다.


하지만 회사는 기넥신 외에도 매출액 100억 원 내외의 '알짜배기' 제품 8개를 따로 키워놓았다. 때문에 기넥신 타격 후에도 이 회사의 전체 매출액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심지어 기넥신 업그레이드 제품을 조용히 준비해 최근 식약청 허가를 받는 '민첩성'도 발휘하고 있다.


일동제약의 대표품목인 아로나민골드는 1999년 이 회사 매출의 26%를 차지했지만 현재는 10% 내외다. 역시 위험을 분산한 전략이다. 일동제약은 외부 도입약이나 복제약 사업을 포함, 아로나민골드로 다져진 약국 장악력을 활용하는 후속제품을 속속 내놨다. 매출규모로 보면 '대표품목'이란 게 사라진 셈이지만, 회사는 더 안전해졌다.


동국제약도 유사한 방법을 구사하려 한다. 잇몸약 인사돌에 37%를 의존하고 있지만 조영제, 상처치료제, 항암제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 할 계획이다. 현재 55%인 인사돌 포함 일반의약품 비중을 수년 내 40%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다.


◆"없앨 순 없자나? 차라리 더 키워"


한 분야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아예 '전문화' 시켜 재미를 본 기업도 있다. 신종플루로 한창 주가가 오른 녹십자는 원래 혈액제제 전문 기업이다. 알부민 등 관련 제품의 비중이 40%를 넘는다. 혈액제제는 '위험이 크고 수익은 적은' 사업이다. 한 쪽으로 치중한 사업방향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항상 따라다녔다.


녹십자는 '위험'을 감수하고 '전문화'를 택하기로 했다. 혈액제제 전문공장을 세워 제품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제품 포트폴리오도 다원화했다. '한 물 간' 혈액 유래 제품보다는 기술력이 필요한 '유전자재조합' 제품개발에 매진했다.


첫 번째 결실은 '그린진'이란 혈우병 약으로 돌아왔다. 여기에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백신사업은 녹십자를 '위험스런 회사'에서 '가장 유망한 분야에 특화된' 제약사 리스트에 편입시켰다.


중외제약도 비슷한 사례다. '링거'라 불리는 수액제품에 매출 20%를 의존하고 있다. 중외제약의 선택도 '이왕 이렇게 된 것, 세계적 경쟁력을 키우자'다. 수액 중 부가가치가 높은 '영양수액' 개발에 나섰다. 내수 의존도를 탈피해 수출에도 힘썼다. 현재 영양수액 기술력은 세계 수준에 올랐고, 중국 등지로의 수출도 가시화 됐다. 공정 자체를 파는 '플랜트 수출'은 새로운 사업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사례는 조금 다르지만 대웅제약도 빠질 수 없다. 이 회사 매출의 30%는 다른 제약사의 제품을 들여와 대신 팔아주는 사업에서 창출된다. 원개발사가 판권을 회수해가면 회사가 '휘청'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끊임없이 새로 들어오는 '도입신약'은 빠져나가는 제품의 공백을 메워주고 있다. 도입신약 전문 판매사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대웅제약은 신약을 보유한 다국적제약사들의 영업 파트너 1순위 업체다.


◆불안한 1위에서 확고한 1위로


1963년 탄생한 박카스는 동아제약을 업계 1위로 만들었다. 박카스 매출은 한 때 2000억 원에 달해, 동아제약 매출의 40%에 육박했다. 일각에선 '박카스 빼면 실제 업계 5위 수준'이라며 비아냥거렸다.


동아제약은 '드링크 회사' 이미지를 벗고 싶었다. 동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했다. 그들은 진정한 의약품으로서의 신약을 만들기로 했다. 90년대 후반, 박카스 매출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었지만 이 프로젝트는 너무 늦기 전에 시작됐다.


결실은 2003년부터 나타났다. 위염약 스티렌을 필두로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 개발에 성공했다. 이 후 착수한 신약 프로젝트들도 순서대로 결실을 기다리고 있다.


박카스 매출은 여전히 1200억 원대를 유지하며 동아제약을 지탱해주고 있지만 그 의존도는 15%로 떨어졌다. 동아제약은 '따뜻한 시절 제약회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우수 사례를 업계에 남겼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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