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버락 오바마(Obama) 미국 대통령의 특사가 지난 주말 우리나라에 들어왔습니다. 8일 방북에 앞서 우리쪽과 북핵정책을 최종 조율하기 위해서랍니다. 스티븐 보즈워스(Bosworth)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7일 북핵 6자회담 우리측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미·북대화의 의제와 방향 등을 최종 점검하고, 유명환 외교부 장관,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과도 면담할 예정입니다.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켜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겠다는 게 미국쪽 입장이지만 북한은 6자회담 복귀보다 선(先)평화협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 특사의 방문 자체가 양측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북미간, 남북간 교착국면을 대화국면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때 '주가는 김정일(국방위원장)에게 물어봐라'는 말이 유행했을 정도로 북한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국내 증시 입장에서도 이번 방북은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서해안의 남북해군간 교전 등 실질적인 충돌부터 '김정일 사망설' 등 근거없는 루머까지 북한 관련 뉴스는 국내증시를 좌우하는 대형 이벤트입니다. 오죽하면 김정일 위원장이 해외에 계좌를 두고 선물투자를 했다면 엄청난 수익률을 올렸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정까지 나왔을까요.
남북 관련주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남북한 경제협력에 따른 수혜주, 이른바 남북경협주가 첫번째 테마인데, 남북경협에 앞장섰던 현대그룹의 현대상사 현대상선을 비롯해 비록 지금은 계열사가 아니지만 한때 남북경협에 가장 앞장섰던 현대건설 등이 바로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이들 대형주보다 더 민감하게 북한관련 소식에 반응하는 종목은 코스닥의 중소형 종목들입니다.
개성공단에 공장을 두고 있는 로만손을 비롯해 대북송전주로 꼽히는 선도전기 광명전기 보성파워텍 금화피에스시 등이 대표적 남북경협 테마입니다. 대북송전주는 남북경협이 되면 전력이 부족한 북한에 전력공급을 하려면 송전 관련 종목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점이 부각되며 테마주가 됐습니다. 같은 이유로 철도주들도 테마주에 포함됐습니다. 폴켐 미주레일 등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미주레일은 철도용 레일을 만드는 회사가 아닌데도 이름 때문에 테마주에 포함돼 등락을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남북 관계와 관련, 또 다른 한 축은 전쟁 관련주입니다. 남북한간 분쟁 얘기가 나올때마다 전쟁 테마주들이 잠깐씩 들썩입니다. 역시 삼성테크윈 두산인프라코어 등 대형주보다 중소형주들이 탄력적으로 반응합니다. 빅텍 휴니드 스페코 풍산 등이 분쟁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올 들어서는 우리나라 인공위성 발사와 북한의 미사일 개발이 결부되며 우주항공 관련주들이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쎄트렉아이 비츠로테크 한양이엔지 퍼스텍 등이 북한 미사일 개발 소식과 함께 부침을 한 종목들입니다.
증시에서 북한의 영향력은 최근 들어 많이 약화된 느낌입니다. 웬만한 소식엔 꿈쩍 않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2000년대 초반 북한의 NPT 탈퇴 등의 소식에 전체 시장이 급락하던 것은 이제 옛 이야기처럼 들릴 정도입니다. 기껏 해야 남북관련주들 일부만 상하한가를 오가는 정도입니다. 이마저 지속력이 하루를 채 못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국내 증시의 체력이 강해졌다는 반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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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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