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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칼럼] 세종시 아직은 '원안'만이 있다

[아시아경제 강현직 논설실장] 세종시 수정방향을 놓고 말들이 무성하다. 녹색과학지식도시를 만든다 했다 기업도시로, 반발이 있자 경제도시다, 교육과학도시다 하며 갈팡질팡하고 그때그때 덧칠만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차 민관합동회의에서 교육과학중심도시나 첨단녹색지식산업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22개 연구기관을 옮기겠다고 했으나 고위관계자는 오히려 국책연구기관의 이전 계획을 대폭 축소할 것이라고 말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정작 연구기관들도 행정부처 이전 없이는 옮길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기업 이전도 결정되지 않은 설익은 구상을 구체적 이름까지 거론하며 성급히 흘려 해당 기업은 곤욕스럽고 이해관계가 얽힌 지역들은 강력 반발하는 등 국론 분열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세종시 수정에 대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모든 지역이 반대하는 국면이다. 정부는 '제로 섬'이 아닌 '플러스 섬' 원칙을 강조하고 있으나 이를 곧이곧대로 듣을 국민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심지어 여당인 한나라당 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허태열 최고위원은 당초 부산에 공장을 증설키로 했던 한 기업이 특혜를 받고 세종시로 이전을 추진한다며 릲세종시의 건설목적은 수도권 과밀화 방지와 지방 균형 발전인데 수도권 공장이 아닌 지방 공장이 옮겨가는 것이 목적에 합당한 것이냐릳고 강력히 성토하고 '세종시 블랙홀'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또 기업들도 규제도 풀어주고 땅값도 싸게 해주며 세금도 면제해 준다고 해도 선뜻 이전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은 눈치다.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은 릲업종마다 기반시설 입지조건이 모두 다른데 구상도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뭘 내놓으라고 하는지 답답하다릳며 릲공장의 경우 도로와 항만 등 물류 인프라와 같은 사업적 측면의 투자 유인이 더 필요하다릳고 말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특혜가 지나치게 집중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우선은 특혜가 좋을 듯 보이나 다음 정권에서 수혜 기업을 조사할 경우 곤욕을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사회의 '고질화된 폐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들이다.

교육시설 이전도 마찬가지다. 서울대 제2캠퍼스 건설 주장이 등장했고 교육과학기술부는 카이스트, 고려대 등 3개 대학에 6000명까지 정원을 늘려준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지방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와 과잉투자로 심각한 학생부족사태를 겪고 있으며 교과부는 국립대는 물론 지방 사립대에도 통폐합을 권장하는 등 구조조정을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급기야 이장무 서울대 총장까지 나서 릲최근 서울대가 새 캠퍼스를 조성할 것인지에 대해 근거 없는 내용이 여과 없이 전달되고 있다릳며 이는 지성의 전당을 자부하고 있는 대학에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행위라고 심심한 유감을 표하기까지 했다. 한마디로 허술하기 짝이 없는 행정편의주의 발상에서 나온 단편적 정책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기업에 공급할 땅의 가격을 낮추기 위한 원형지 개발도 심각한 난개발을 불러올 수 있으며 첨단의료복합단지를 둘러싼 갈등도 심상치 않다. 정부는 또 외국인학교를 비롯해 자립형 사립고 등 모두 150개의 교육시설을 설립하겠다고 하나 이는 도시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갖춰야 할 기본적인 것으로 새로울 것이 없다.


세종시 실무기획단장인 조원동 국무총리실 사무차장도 '세종시에 대해 아직 결론난 것은 하나도 없다'고 실토했듯이 말은 많고 논의도 많았으나 아직 원안만이 있을 뿐 새로운 방안은 없다. 급하다고 불도저식으로 이것저것을 모아 채우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27일 이명박 대통령이 TV에 출연해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세종시 수정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고 한다. 진솔하고 깊이 있게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계획이라니 기대가 크다. 그러나 이제껏 해왔듯이 설득만을 앞세우면 안 된다. '대화'는 소통이 이루어질 때 진정한 가치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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