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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칼럼] 행정구역 통합 '주민'이 먼저다

[아시아경제 ]정부가 추진 중인 행정구역 자율통합 작업이 대상 시ㆍ군 주민들의 갈등만 노출시킨 채 한 곳도 성사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상 지역 간 이견이 크고 통합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자치 단체장과 정부의 성급한 추진으로 지역간 소모적 논쟁만 야기시킨 꼴이 됐다.


100년이 넘은 현행 지방행정체제는 행정구역이 일부 생활경제권과 유리돼 주민들의 불편이 크고 국가와 광역단체, 기초단체의 중층적 행정구조로 효율성이 저하되는 등 개선의 필요성은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사실이다. 1980년대부터 꾸준히 행정구역 개편이 거론돼 오다 2005년 여야가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그해 10월 국회에 지방행정체제 개편특별위원회를 설치했으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릲경제권, 생활권, 행정서비스 관점에서 보더라도 행정구역 개편이 있어야 된다릳고 발언한 데 이어 올 광복절 경축사에서 다시 개편 필요성을 강조하자 정부는 서둘러 추진에 나섰다. 9월 말 18개 지역 48개 시ㆍ군으로부터 통합 신청을 받아 주민 여론조사를 거쳐 6개 지역 16개 시ㆍ군을 행정구역 자율통합 대상으로 선정 발표한다.


그러나 이틀 만에 경기 안양ㆍ군포ㆍ의왕과 경남 진주ㆍ산청 두 곳을 제외한다고 번복해 혼란을 야기하는 등 준비 부족을 스스로 드러냈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릲발표는 참고용릳이라며 국회의원 선거구 변경이 수반돼야 한다는 이유로 제외했다고 말하지만 들여다보면 그 곳 지역구 국회의원이 현재 여당의 원내대표와 원내부대표를 맡고 있는 실세인 점을 감안할 때 행안부의 변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행정구역 통합은 이달 말까지 지방의회가 통합을 의결하면 그대로 시행되고 의회에서 부결되면 주민투표로 넘겨지는데 남은 4곳 중 어느 한 곳도 평탄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수원ㆍ화성ㆍ오산은 수원만 통합에 찬성하고 화성ㆍ오산은 반대하고 있으며 성남ㆍ하남ㆍ광주도 시장들은 통합에 합의했으나 분당주민들이 반대하고 하남시의회는 주민투표를 주장하고 있어 갈 길이 멀다. 또 청주ㆍ청원도 청주는 지지하나 청원은 이미 주민투표에서 1995년과 2005년 두 차례나 부결된바 있어 주민 선택이 주목된다. 창원ㆍ마산ㆍ진해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통합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행정구역 개편의 대의적 명분은 공감하면서 자율 통합이 무산될 지경에 이른 것은 정부의 무리한 행정에 그 원인이 있다. 무엇보다 500명~1000명을 대상으로 표본조사 한 결과를 주민의 공통된 의사로 보기엔 부족함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산의 경우 주민 자체여론조사에서는 찬성이 34%가 나왔으나 이번엔 64%로 조사되는 등 조사방법과 표본 추축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성남과 청원은 찬성률이 50%에 못 미쳤으나 무응답을 빼고 백분율로 다시 계산에 50% 이상 찬성으로 간주했다니 참으로 안일한 편의주의다.


행정구역 통합이 당초 목적대로 지역발전과 주민 편의 증진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먼저 주민의 충분한 이해와 공감대가 필요하다. 통합에 따른 갈등과 불만만 야기하고 자칫 소지역주의로 흘러 지역을 갈라놓는다면 다시 한번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한다.


지역 주민 참여 없는 행정구역 개편작업은 이번과 같이 참담한 결과만 낳을 뿐이다. '당근책'을 앞세워 성과만을 겨냥한 밀어붙이기식 속도전은 어느 국민 하나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또 유력 정치인에 의해 좌우되는 '게리맨더링식' 행태가 되풀이된다면 정부 신뢰는 물론 정책에 대한 반발도 불러올 것이다.


정부는 비용이 들더라도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지방자치의 취지를 살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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