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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李대통령, 싱가포르 '스트레이츠 타임스' 서면인터뷰

[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이명박 대통령은 14∼15일 싱가포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최고 일간지인 '스트레이츠 타임스(The Straits Times)'와 서면회견을 갖고 내년도 G20 의장국으로서 APEC 참석의의 및 대북정책 기조 등에 대해 밝혔다.


이번 회견은 13일자 APEC 및 한국특집섹션(총12면, 한국6면) 중 2개면에 걸쳐 '한국의 경제위기극복' 및 '한식 세계화' 등 한국특집 기획기사와 함께 게재됐다.

한편,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160여 년 역사의 지역내 가장 영향력 있는 일간지 중 하나로, 이번 APEC 참석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에 대해서만 특집섹션(6개면)을 발간했다.


다음은 이 대통령 서면 인터뷰 전문.

-APEC 이 출범한지 20년이 됩니다. 한국은 1989년 호주 캔버라 각료회의 참가 이래 APEC 의 중견 회원국으로서 무역투자 자유화와 아태 경제통합 등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금번 싱가포르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시는지요?


▲20년전 APEC창설을 주도했던 나라로서, APEC이 그간 이루어온 발전에 대하여 남다른 감회가 있음. 금년 정상회의에서는 그간의 성과를 토대로 앞으로 새로운 20년의 도약을 준비할 수 있도록 세계경제의 균형적 성장을 위한 APEC 차원의 협력 증진 방안과 아ㆍ태지역 경제통합 비젼 등 미래 지향적 아젠다를 제시하는데 초점을 두려고 함.


특히, 금번 정상회의에서는 위기 이후 아시아의 성장 전략을 중점 논의하게 될 예정으로 내년 G20 의장국으로서 APEC 정상들이 제시하는 소중한 의견을 어떻게 G20 차원으로 발전시킬 지 방향을 제시하게 될 것임.


또한 아·태 지역내 지역 연계(connecting the region) 문제, 즉 자유무역과 열린시장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그간 우리나라가 나름대로 우수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어온 분야를 소개하고 그 경험을 역내 개도국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방안도 제시할 계획임.


APEC이 궁극적으로 하나의 아·태 경제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도록, 그간 우리나라가 주관해온 아시아·태평양 FTA(FTAAP)에 대한 연구 결과를 제시하면서 이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 갈 것임.


한편, 금번 APEC 정상회의 계기에 개최되는 「APEC CEO Summit」과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와의 대화」를 통하여 “위기 이후 아시아의 성장전략”에 대한 나의 생각을 역내 기업인들과 함께 나누고 아·태 지역의 비즈니스 환경 개선 방안 등에 대해 의견 교환을 할 예정임.


-G20 의장국이자 APEC 중견회원국으로서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가 큰 상황에서, 한국의 경제위기 극복과 위기 이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향후 어떤 정책방향을 구상하고 계신지요?


▲한국 정부는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 과감한 대책을 선제적으로 추진하였음.


이러한 조치에 힘입어 경제성장률이 1/4분기 (+)로 전환하고, 2/4분기와 3/4분기에는 연속으로 2%후반대의 성장을 기록하면서, IMF가 △4%까지 전망했던 금년 성장률이 (+) 성장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


아직 대내외 경제여건에 불확실성이 남아 있으므로 당분간 현재의 확장적인 정책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임. 기업 투자확대를 통하여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하고, 경기회복의 혜택을 가장 늦게 보게 되는 서민들을 위한 지원정책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임. 또한, 위기이후에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하여 수출과 내수간 확대균형이 긴요함.


수출부문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경기회복이 빠르고 우리와의 교역비중이 커지고 있는 중국?아세안 등 아시아 지역과 협력 노력을 강화하겠음. 내수 확충을 위해서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개선하고 교육?의료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활성화 노력을 지속해나가겠음.


-대통령께서는 보호 무역주의 배격 등 자유무역을 지속 강조하여 오신 것으로 압니다. APEC에서도 각국간 무역장벽을 낮추는 방안이 논의됩니다. 한미 FTA 등 한국의 정책 추진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작년 11월 이후 3차례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 나는 보호무역 조치 동결(standstill), 신규 조치 복구(rollback), WTO에 의한 실효적 감시 등을 제안하여 국제 공조를 이끌어낸 바 있음.


지금까지의 G20 정상회의를 통해 신흥국과 선진국이 보호무역주의 저지에 뜻을 모으고, 적극적인 재정지출에 나섬으로써 세계가 금융위기에서 회복하는 기간을 상당기간 단축했다고 봄. 지난 1930년대 경제위기 당시 세계가 보호무역장벽을 고수함으로써 위기를 더욱 장기화한 사례는 우리가 기억하고 명심해야 할 역사적 교훈이라고 생각함.


뿐만아니라, 전대미문의 금융위기 속에서 각국이 보호무역주의의 유혹에 현혹되기 쉬운 지난 1년간, 우리나라는 인도와 CEPA를 서명하고, EU와의 자유무역협정을 타결하는 등 오히려 자유 무역의 확대를 위한 적극적 노력을 펴왔음.


이러한 우리나라의 성과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자유무역을 통하여 극복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국제사회에도 보내고 있다고 확신하며, 앞으로도 한·미 FTA의 비준은 물론, 기존에 진행 중인 FTA 협상을 가속화하고 또한 새로운 FTA를 추가로 체결할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해 나갈 예정임.


특히, 수년째 지연되고 있는 DDA 협상도 G20 정상회의 결의대로 내년까지 체결될 수 있도록 여사한 입장을 국가들과 함께 계속 노력해 나갈 예정임.


-한국은 녹색성장 추진에서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탄소배출 감축목표를 설정하는 등 Non Annex 1 국가임에도 책임감 있는 선제적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향후 녹색성장 추진에 대한 대통령님의 비전을 제시해 주십시오.


▲우리나라는 현재 탄소감축 의무국은 아니나, 녹색성장을 위해 국가차원의 감축목표 설정이 필수적이라는 판단하에 지난 11.5일「제6차 녹색성장위원회」를 통해 감축수준을 공개한 바 있음.(출전망치 대비 30% 또는 27% 감축). 향후 추가적 의견수렴 결과를 거쳐 12월 코펜하겐 회의 이전에 목표수준을 발표하고, 내년부터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분야별 후속조치를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임.


녹색성장은 인류가 직면한 최대현안인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고 이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하자는 국가비전임. 앞으로 녹색성장을 통해 기후변화 및 에너지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그 과정에서 녹색산업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 나갈 것임.


우리 정부는 출범 직후 ‘녹색성장’을 국가비전으로 설정하고, 녹색성장 자체를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구체화시키기 위해 모든 정책역량을 집중하고 있음. 범정부적 추진체계(녹색성장위)를 구축하고,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입법화 및 녹색뉴딜정책을 추진 중이며,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5개년 계획’ 등을 통해 정부가 앞장서 녹색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


한국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경제성장과 상반되지 않는 것이며 병행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함. GDP의 2%를 에너지 효율성 제고, 청정에너지 개발과 보급 등에 투자하여 온실가스 감축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녹색성장의 모범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음.


-현재 북미간 대화가 조금씩 시도되고 있고, 남북접촉에 대해서도 일부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통령님의 복안과 그랜드바겐의 추진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과거 20여년간 진전과 후퇴를 반복해 오던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나는 북핵 프로그램의 핵심 부분을 폐기하고 동시에 북한이 필요로 하는 안전보장과 경제지원을 본격화하는 일괄타결(Grand Bargain) 방안을 제시한 바 있음.


한국은 앞으로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대비하면서 북한이 6자회담 등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 테이블에 나오도록 설득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임. 그간 미·일·중·러 등 6자회담 참가국들도 이같은 한국의 방침과 그랜드바겐 구상에 대해 공감대를 갖고 있음.


미·북 양자 대화를 먼저 가진 후에 6자회담을 재개하는 쪽으로 전체적인 방향이 정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임. 북한이 진정으로 핵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6자회담에 복귀하여 일괄타결 방안을 포함한 북핵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협의해야 할 것임.


우리 정부는 미·일·중·러 등과 협력하여 일괄타결 방안 등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대비한 협상 전략을 구체화해 나갈 것임.


-그간 한-싱가폴 관계는 지속 발전하여 왔습니다만, 금번 싱가폴 APEC 참석계기로 양국관계 발전 성과와 향후 전망에 대해 말씀해 주시고, 아울러 싱가폴 국민에 대한 간단한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한국과 싱가포르는 1975년 수교 이래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지속적인 관계 발전을 이룩해 왔음. 특히, 06.3월 발효된 한?싱 FTA는 양국 경제관계를 양적?질적으로 도약케 하는 모멘텀이 된바, 한국과 싱가포르는 오늘날 상호 7대 교역국으로서 무역, 투자, 건설 분야에서 중요한 경제협력 파트너로 발전함. 특히, 싱가포르는 한국의 5번째로 큰 해외 건설 시장임.


한?싱 관계는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며, 특히 금융, 의료, 녹색기술 등 신지식?차세대 성장동력 분야에서 양국의 강점을 잘 활용하여 협력해 나갈 경우, 상호호혜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함.


한국은 싱가포르로부터 사회제도 등에서 많은 장점을 배우고자 노력해 왔으며, 앞으로도 더욱 상호 존중하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봄. 또한 국방과 경제(금융),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포괄적인 협력관계를 발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함.


한편, 국제금융위기, 기후변화와 같은 새로운 범세계적인 과제는 한?싱가포르 양국에게 새로운 협력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바, 앞으로 지역 및 국제문제에 대한 논의와 협력을 강화하게 되기를 희망함.


-싱가포르 국민에 대한 메시지는?


▲한?싱관계의 진정한 발전은 양국 국민간 우정과 상호이해라는 밑거름 없이는 이루어지기 어려운바, 양국간 문화?인적교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


싱가포르에서 한류로 대변되는 한국문화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감사드리며, 지난 6월 한?싱 정상회담 성과로서 가까운 장래에 싱가포르에 설립될 한국문화원이 양국민들을 더욱 가깝게 맺어지게 하는 구심점이 되기를 바람.


싱가포르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나라 중의 하나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관광지로서 각광을 받고 있음. 한국은 싱가포르인들에게 겨울관광지로 유명한 것으로 아는바, 이번 겨울에도 많이 방문하셔서 겨울관광 외에도 역동적인 한국 문화와 정취를 마음껏 즐기다 가시기를 기원함.

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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