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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피플&뉴앵글]'콩글리쉬'보다 더한 '따글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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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피플&뉴앵글]'콩글리쉬'보다 더한 '따글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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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수많은 어학연수생· 유학생들이 필리핀 땅을 밟았던 시기가 있었다. 저렴하게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영어를 완벽하게 마스터 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필리핀 땅을 밟았다. 하지만 이 기대가 깨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비행기에서 내려 룰루랄라 이민국을 거치는 순간 들어오는 푯말. 그곳엔 'Mabuhay'라고 써있다. '뭐지?' 처음부터 뭔가 꺼림칙했다. 공항을 빠져나와 택시를 잡을 땐 곳곳에서 '맘, 탁시, 탁시? (Ma’am, taxi, taxi?)'하면서 나를 쳐다본다. 유학 첫날부터 왠지 이건 아니다 싶은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이미 버스는 떠났다. 애당초 '영어 마스터'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하나씩 실행해갔다. 먼저 영어 과외 선생님을 구했다. 필리핀 일류 대학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교사를 하고 있다는 분이셨다. 짜릿했다. '드디어 제대로 영어를 배우겠구나!'하는 생각에 들떴다.

그러나 내 기대는 또 한번 어김없이 빗나갔다. 쏟아져 나오는 따글리쉬(필리핀식 영어 발음)에 날이 갈수록 귀도 닫히고 입도 닫히고 마음도 닫히기 시작했다. "방크(bank)", "카운트리(country)", "마운테인(mountain)", "캇(cat)", "오펜(open)"…. 정말 참을 수 없었다. 실망감은 날이 갈수록 적대감으로 바뀌었다. 한번은 따글리쉬를 쓰는 선생님에게 노골적으로 화도 내봤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하지만 필리핀 생활이 길어지고, 이 나라에 대한 이해가 커지면서 그들의 '따글리쉬'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필리핀은 16세기 스페인에 점령당했다. 그 뒤 스페인이 제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에는 미국이 필리핀을 지배했다. 스페인이 3세기 동안 필리핀에 미친 영향은 막대했다. 미국에 의해 영어권 국가로 전환됐지만, 그 역사적 뿌리는 쉽게 사라지지 못하는 것이다.

'따갈로그(필리핀 모국어)'에 '스페니쉬'가 가미되고 '영어'가 섞였으니, 우리나라 콩글리쉬보다 더 심한 '따글리쉬'가 존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유럽 영어와 미국 영어, 그리고 영어 사투리가 다른 것처럼 따글리쉬도 이면이 있는 것이다.


이런 그들만의 문화를 무시한 채, '못살고 못 배웠기 때문'이라는 편견으로 필리핀 사람들의 따글리쉬 발음을 고치려드니, 외국인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갈등도 생기게 됐다. 필리핀에 오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크게 다르진 않다.


필리핀에서 배운 영어가 쓸모없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생각을 바꿔 발음만 조금 교정한다면 훌륭한 영어를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지도 못하면서 다른 나라를 폄하해서는 안 된다. 그런 편협한 마인드로는 글로벌화 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필리핀이란 작은 국가에서 세계를 보는 또 다른 안목을 키워가고 있다.




글= 이영아
정리= 윤종성 기자 jsyoon@asiae.co.kr

◇ 필리핀 라살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재학중인 이영아씨는 필리핀 현지 교민신문인 '마닐라서울'에서 번역 기자로 활동 중이다. 특히 사진· 예술 등에 관심이 많으며, 외국어에도 능통한 재원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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