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대에는 몇 가지 명소가 있다. 우선 '보야탑'이라고 불리는 북경대의 상징탑이 있다, 대략 8층 건물 높이인데, 교내 모든 건물은 이 탑보다 낮게 지어야 한다는 암묵적 규정이 있을 정도다. 그래서 북경대에는 8층 이상의 높은 건물이 없다.
'보아탑'에 견줄만한 또 하나의 명물로는 '싼쟈오띠(三角地)'가 있다. 매년 학기 초가 되면 학생들이 가장 많이 붐비는 곳은 강의실도 아니고 운동장도 아니다. 바로 이 '싼쟈오띠'다. 한자음으로는 '삼각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곳은 삼각형 모양의 장소다. 싼쟈오띠는 도대체 무슨 장소이길래 매년 학기 초만 되면 붐빌까? 그 이유를 지금부터 천천히 설명하려 한다.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북경대 학생들은 학교에 있는 시간이 많다. 하지만 한국처럼 학교 근처에 술집이나 노래방 같은 유흥시설이 발달돼 있진 않다. 실제로 학교 주변에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은 2~3군데 뿐이다. 이마저도 늦게까지 영업할 뿐이지, 한국같은 개념의 그런 술집은 없다. 이밖에 학교 근처 놀이 시설이라고는 PC방 2개, 당구장 1개가 고작이다.
그래서 북경대 학생들은 놀거리를 동아리 활동에서 보충한다. 매년 붐비는 '싼쟈오띠'는 북경대 모든 동아리들의 홍보 장소다. 학기 초에 북적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100평 남짓 한 공간의 '싼짜오띠'에는 동아리당 2~3평 정도씩 빼곡히 들어서서 각자 동아리를 홍보한다.
전단지를 돌리는 것은 기본. 음악동아리는 악기 연주를, 무술 동아리는 무술 시범을 보이고, 자전거 동아리는 자신들의 자전거 여행지 사진들을 보여준다. 한국인 동아리로는 농구부, 축구부(2개), 검도부, 합창단, 한국어 교육당, 토론 동아리(2개), 테니스부, 통번역 동아리, 연극부 등 총 11개의 동아리들이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체력을 중시하는 학교 방침 때문인지 몰라도, 보통 북경대 학생들은 운동부 하나에 다른 동아리 한 두개는 기본으로 활동한다. 참고로 북경대 학생은 4년동안 4번의 체육수업을 이수해야 하고, 1년에 한번씩 신체검사를 받는다.
필자가 가입한 동아리도 1주일에 최소 3번은 모이는데, 거의 모든 동아리가 빈도수 높은 정기모임을 갖고, 회원출석률은 80%를 가볍게 웃도는 것을 보면 얼마나 동아리 활동이 왕성한지 알 수 있다.
북경대 학생들은 공부벌레다. 하지만 노는 것 또한 잘한다. 단순히 술 마시고 노래 부르며 춤 추는, 소위 말하는 음주가무 위주의 놀이를 즐기는 것이 아닌, 각자 자신의 흥미를 바탕으로 모여 서로 토론하고 연구하며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그 과정에서 학생 스스로 하겠다는 자립심이 생기고 덤으로 협동심도 기른다.
'북경대 학생들은 놀 줄 모른다'고 빈정대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단지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투자하는 북경대 학생들의 '남다른 놀이 문화'가 그들의 놀이문화와 다를 뿐이다.
글= 최영서
정리= 윤종성 기자 jsyoon@asiae.co.kr
◇ 최영서 씨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중국의 무한한 발전에 매력을 느껴 무작정 중국으로 유학, 1년6개월만에 북경대 법학과에 합격했다. 운동을 좋아해 애니캅이라는 사설경비업체 출동팀, 롯데호텔 안전실 근무 등에서 일한 경력도 있다. 지난 장애인올림픽 기간에는 통역 및 가이드를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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