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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서민들에게 환영받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이 내 집 가진 사람들에게는 골치거리다. 찬밥 수준이 아니라 미운오리새끼다.
선출직 공무원인 구청장들도 '구민들의 강도높은 민원'을 이유로 해당 자치구 내에 시프트가 건설되는 것을 앞장서 반대하고 있다.
시프트는 좋지만 우리 동네, 내 집 근처에 시프트 단지가 들어서는 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값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고, 표가 떨어지니 받아들일 수 없단다.
'임대주택=빈곤층'이라는 불편하고도 서글픈 등식은 여전히 성립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 시프트, 혐오시설인가 = 가장 최근 공급된 은평ㆍ신내 택지지구 시프트 청약경쟁률은 최고 39대 1을 기록했다. 당연히 1순위 미달은 1가구도 없었다.
이제 갓 두 돌을 넘긴 시프트가 열렬한 지지를 받는 이유는 두 가지 정도다. 잘 지어진 신축 아파트가 인근 민영아파트 전세값의 60~80% 수준에 불과하고 원하기만 하면 최장 20년까지 계약을 연장하며 살 수 있어서다.
전세값도 2년마다 최대 5%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못 박아 놨다. 시프트에 입주하고부터 산술적으로 20년간 9번의 계약연장이 가능하다.
전세보증금 1억원을 냈는데 서울시가 9번 모두 전세값을 올렸다해도 시프트에서 퇴거해야하는 20년 후 전세값은 1억6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예상되는 물가상승률에 한참 못 미친다. 특별한 사유가 아니라면 2년마다 오르는 전세값에 여기저기 옮겨 다닐 걱정도 없다.
택지지구에 공급되는 건설형 시프트는 대단지라 생활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대중교통도 비교적 발달돼 있다. 재건축 시프트의 경우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더 인기가 좋다.
그래서 시프트는 민선4기 오세훈 서울시장의 가장 성공한 정책으로 꼽힌다. '오세훈 아파트'로도 불리는 시프트가 비난받는 경우는 세금을 들여 중산층에 너무 큰 혜택을 몰아준다는 정도다.
◇ 불편한 진실, 엄연한 현실 = 열렬한 지지 뒤에는 또 다른 반응이 있다. '서울 모처에 시프트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 시청은 물론 해당 구청은 벌집을 쑤셔놓은 것 같은 집중포화를 맞는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얼마 전 녹번동 국립보건원 부지에 시프트 1000여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간 직후 항의성 민원전화가 200통 이상 걸려왔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곳에 고층빌딩과 상업시설을 지어 발전시켜야 한다는 명분 뒤에 '임대주택을 반대한다'는 목적이 숨어있다.
강서구 마곡지구에서도 논쟁이 붙었다. 서울시가 마곡지구를 개발하면서 분양주택을 줄이는 대신 시프트 등 임대주택 가구수를 늘리려하자 강서구가 거세게 반발했다. 지난 여름 이 일로 강서구청장이 서울시장을 찾기도 했다.
강서구에 임대주택이 너무 많다는 게 이유다. 담당자들 입에서는 복지비용 증가, 세수감소, 지역슬럼화 등 아리송한 말까지 흘러나왔다. 결국 건설 예정이던 임대주택 비율을 조금 줄이는 선에서 일은 봉합됐다.
이런 현실때문에 서울시는 시프트를 '임대주택'이라고 표현하기 꺼린다. 그런데 문제를 '시프트에 대한 이해부족과 오해의 덫에 걸린 생각'때문이라고 한다면 진짜 서민과 빈곤층이 거주하는 임대주택은 그 이름만으로도 너무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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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진 기자 asiakm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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