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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스위스 은행 압박에 유럽 고객 '탈출'

[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미국 정부의 압박에 스위스 은행이 탈세 혐의 고객 명단을 넘긴 가운데 유럽 고객들의 스위스 은행 이탈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스위스 은행의 비밀주의가 무너진 데다 정보 공개가 미국에 이어 유럽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스위스 은행 입장에서 유럽 고객이 이탈 현상은 커다란 골칫거리다. 스위스 은행 전체 예금 자산 가운데 해외고객 자산은 3분의 1로, 1조8000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다른 유럽 국가 고객들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반면 스위스 해외고객 자금 가운데 미국인 고객 자금은 5% 정도에 불과하다.

금융자문업체 KPMG에 따르면 스위스 은행 예금액 가운데 25%가 조세 회피 자산이며, 유럽 고객 자산 가운데는 탈세를 목적으로 예치된 금액이 80%에 이른다. 대부분의 유럽 고객 자산이 스위스 은행은 조세 피난처로써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스위스 은행들의 비밀주의 탈피에 따른 타격이 큰 것이다.


그동안 미국이 스위스은행에 고객 명단 제공 압박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국가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주 이탈리아 국세청은 자국 내 스위스 은행 지점 조사에 나섰다. 또한 스위스 정부는 프랑스와 영국에게도 조세 회피 혐의 고객 정보를 넘기기로 합의했다.

특히 탈세 혐의 고객이 대거 포진한 독일과 이탈리아 고객이 자국 정부가 미국과 같은 조사를 벌일 것으로 우려, 자금을 빼가고 있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앤컴퍼니에 따르면 스위스 은행에서 유럽 고객 자금은 51%를 차지하는데 신규 자금은 3분의1에 불과하다. 또한 지난 2006년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스위스은행에 유입된 북유럽 고객 자금 순유입은 단 4%에 불과하다.


로펌 베이커앤멕킨지의 필립 막코비시 스위스 은행 자문인은 “이를 미국인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한 것은 큰 오산”이라며 “유럽인들도 이 문제의 영향권에 속해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비밀주의가 무너진 것만이 유럽 고객 자산이 스위스 은행을 빠져나가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많은 유럽 베이비 부머들은 예금액을 사업을 재개편하는데 사용하거나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있는 것도 자산 유출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고객 자금 이탈로 인해 민간은행 부문에서 40%의 운영수익을 내겠다는 목표에 차질이 생겼다고 말했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경우 조세 회피 고객들로 인한 수익은 민간부문 운영수익의 12~15%를 차지한다.


한편 스위스 대형 은행인 UBS는 이번 주말 미국 국세청(IRS)에 500명의 조세 탈피 혐의 고객 명단을 넘길 예정이다. 이는 지난 8월 미국과 스위스 정부간의 협의 하에 제공하기로 한 4450명 고객 명단 가운데 일부를 제공하는 것이다.

공수민 기자 hyun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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