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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신약, 세계시장에서 길을 잃다

글로벌 성공 꿈꾸던 신약 3인방 세계시장서 고전中
"효과 뿐 아니라 현지시장 분석, 협상력 등 더 길러야"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글로벌 신약'이라는 장밋빛 기대감을 뿌리던 국산신약들이 세계 시장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세계 시장은 고사하고 국내 시장 적응도 쉽지 않은 모습들이다. 상황이 부정적임에도 제약사들은 "조금 더 기다리면 희소식이 나올 것"이란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어 혼선을 주고 있다.

한국 최초의 미국FDA 승인 신약 '팩티브(LG생명과학)'. 2003년 개발과 함께 각종 상을 휩쓸며 '글로벌 블록버스터'의 꿈을 심어준 대표적 약이다.
6년이 흐른 지금, 팩티브의 해외시장 성적표는 다소 우울하다. 유럽 진출은 좌절됐고, 미국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팩티브의 세계 판매권자인 오시엔트는 '현재 임상 자료로는 허가받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 유럽 내 시판허가 신청을 철수했다.


더 심각한 건 미국이다. 오시엔트가 지난 7월 결국 파산하면서 팩티브는 공중에 뜬 처지가 됐다. 새 주인을 찾으면 될 일이지만 상황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경영란에 허덕이던 오시엔트가 팩티브 영업을 사실상 포기했었기 때문에 추락한 판매량을 다시 올려야 한다는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결국 팩티브는 국제 미아 3개월 만에 '코너스톤 테라퓨틱스'란 매출액 1000억 원 규모의 작은 제약사에 둥지를 텄다. 10월부터 판매가 재개됐다고 LG생명과학 관계자는 전했다. 코너스톤은 오시엔트가 파산하면서 팩티브 판권을 팔아넘긴 회사다. 회사 측은 제3의 제약사를 찾거나 자사가 직접 판매하는 방안 등을 두고 고심했으나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LG생명과학 관계자는 "규모는 작지만 호흡기에 특화된 전문제약사"라며 "당장 새 파트너를 찾기도 어렵고 해서 양 사가 계약을 맺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세계적 신약과 경쟁해도 승산이 있다"며 화려하게 등장한 B형간염치료제 '레보비르(부광약품)'의 처지도 비슷하다. 지난 4월 미국 개발권자인 '파마셋'이 임상시험을 갑작스레 중단하면서 악몽이 시작됐다. 부작용 발생 우려 때문이다. 이 여파로 국내 판매마저 일시 중단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국내 판매는 곧 재개됐지만 추락한 매출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새 파트너를 찾아 미국시장을 다시 공략하려는 계획도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현재 파마셋과의 계약 중단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를 둘러싼 사안들이 복잡해 시일이 좀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6개월 째 진행 중인 계약 종료 논의가 끝나야 비로소 새 파트너 물색이 시작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부작용' 우려로 개발이 중단된 약인만큼, 다른 파트너를 쉽게 찾을 수 있을 런지도 미지수다.


일양약품의 위궤양약 '일라프라졸'은 상황이 좀 더 심각하다. 미국FDA 허가가 코 앞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줬지만, 미국 파트너 탭社가 임상시험을 중단하면서 미아상태가 된지 13개월째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유수의 다국적제약사와 계약이 가시화 단계다"라고 말했다. 탭社보다 더 많이 팔아줄 파트너임엔 분명하다는 말인데, 이런 입장을 내세운 지도 수개월이 흘렀다. 한국에서도 허가 1년째지만 판매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와의 약값협상이 지지부진해서다. '국산신약'이란 프리미엄을 원하는 회사와 '효과 면에서 큰 개선이 없다'는 정부 간 입장차가 너무 크다.


현재까지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은 십여 개에 달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성공한 제품은 아직 없다. 그나마 선전하고 있다는 자이데나 등 일부 제품도 따지고 보면 제3세계로의 진출이 전부다.


한국신약개발조합 여재천 상무는 "국내 제약사들이 그간 해외시장에서 많은 수업료를 지불했던 건 사실"이라며 "협상력을 높이고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선 조인트 벤처를 설립해 현지 전문가들을 활용하는 방법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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