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서울 모 대학에 다니는 사촌동생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자기 학교 주식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선배가 코스닥 종목을 꼭 사두라고 했는데 정말 사도 되는지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무슨 종목인지 들어봤더니 코스닥에 상장된 소위 동전주였는데 현재 주가가 200원 남짓 되고 영업이익은 몇 년째 계속 적자행진을 이어오고 있으며 향후 이익창출 능력도 매우 의심스러운 회사였다. 그런데 왜 이 주식을 사라고 했는지 물어보니 돌아온 대답 또한 이 회사 수준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앞으로 10배는 주가를 올린다는데요?"
$pos="L";$title="[재야고수의 주식이야기]2. 마음 열고 고집을 버려라";$txt="장민수(필명 똘레랑스) 現 증권교육방송 스탁스토리 증권전문가";$size="250,330,0";$no="2009090414430925182_1.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 부동산 투자로 100억 가까운 부를 이룬 투자자 김모씨. 강남최고의 부자 동네에 살면서 아파트만 십 여채를 보유하고 사업체도 두 개나 운영하는 남부럽지 않은 모범가장이다. 그런데 2년 전 주식에 많은 자금을 투자했다가 작년 폭락장에서 엄청난 손실을 본 뒤 큰 충격에 빠졌다. 부동산 투자로 거부가 되어 돈 버는 일에서는 절대 실수가 없을 줄 알았지만 손실을 크게 입다 보니 자존심이 상해 가만 있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때부터 모든 일을 제쳐두고 주식책을 쌓아두고 하루 10시간 넘게 공부하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사무실도 따로 마련하고 모니터도 5개나 준비한 후 증권방송도 동시에 두 개나 시청하면서 매매에 집중했다. 그로부터 10개월여가 지난 현재,
그는 하루 수십 종목을 짧게 치고 빠지는 단타 거래에 치중하다가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쳐 집에 누워 있는 일이 더 많다.
이와 같은 사례는 필자가 직접 현장에서 듣고 보고 부딪히는 여러 투자자들의 한 예에 불과하다. 이제 막 주식을 시작한 대학생부터 무려 20년 넘게 산전수전 다 겪으며 엄청난 내공이 쌓인 투자자분들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주식투자에 뛰어 들어 울고 웃고 있다. 제 아무리 전직이 화려하고 고위직을 지냈다 하더라도 또 돈을 엄청나게 벌어서 아무 것도 안하고 이자만 받아도 1년에 아파트 한 채씩 살 돈을 번다는 분들도 주식투자에 발을 들여놓고 하루하루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분들이 마주보며 살아가는 주식세계에서 하나의 공통점을 찾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언제나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과 귀가 열려 있다는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초보 투자자는 그 나름대로 정보를 얻고 어떤 종목에 투자하면 좋을지 귀동냥을 하고 다니며 돈 많은 투자자는 자신감에 넘치지만 결국 만만치 않은 게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후에 누군가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지위가 높고 많은 부하직원을 거느려 봤던 리더들도 막상 홀로 되면 중심을 잃고 이리저리 휘둘리게 되고 만다. 이것이 바로 주식의 세계다.
주식이란 것은 무척이나 까다롭고 토라지기 쉬운 봄 처녀의 마음과 같아서 내가 자존심을 굽히고 상대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주지 않으면 언제나 외롭고 힘든 싸움이다.
경제학에 '긍정적 외부효과'라는 말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가장이 자신의 아내와 아들 딸을 데리고 도심의 한적한 공원에 가서 잔디 위에 앉아 즐겁게 식사도 하고 여가를 즐긴다면 다른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따뜻해지고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결국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 그 공원에는 활기가 넘치고 다른 이에게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주게 된다는 말이다. 매우 단순한 인과관계지만 주식투자의 현장에서도 이와 같은 긍정적 외부효과를 자주 볼 수 있다면 지금과 같은 변동성 장세에서도 중심과 기준을 갖고 원칙에 입각한 매매를 하게 되지 않을까?
장차 우리 주식시장을 이끌어 갈 주역이 될 대학생들이 투자의 첫 발을 아무런 분석도 없이 소문에 휩쓸려 시작한다면 자신 뿐 아니라 주변사람에게도 매우 부정적인 효과를 미치게 될 것은 뻔하다. 정확한 분석과 심리적 안정이 투자에는 필수적으로 요구되는데도 설익은 자신감에 잦은 매매를 하다 보면 전혀 예기치 않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안겨 주게 될 것이다.
세상은 참 잔인하다. 사람들은 남보다 더 영악해야 살아남고 물고기는 더 빨리 헤엄쳐야 죽음을 모면한다. 새들도 다른 새보다 빨리 날고 또 멀리 날아야 먹이를 얻고 추위를 견뎌낸다. 주식투자는 외면하고 싶은 이러한 세상사의 가혹한 삶의 투쟁을 여과 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오늘도 시장은 어렵다. 그러나 우리 마음은 이 힘겨운 시장에 무거운 어깨를 기대고 서 있는 수많은 투자자들과 단지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한결 가볍고 따뜻해질 것이다.
-장민수(필명 똘레랑스) 現 증권교육방송 스탁스토리 증권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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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 기자 pinetree1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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