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어두울 때 던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지난 주말 주식투자를 하는 한 지인을 만났다. 이미 수년간 주식투자를 해왔지만, 가장 후회되는 일은 지난해 10월 말 들고 있던 주식을 모두 처분했던 일이라고 한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 사태 이후 정신없이 떨어지는 코스피 지수를 멍하니 보고 있다가 코스피 지수가 3자릿대까지 떨어지는 걸 보고 덜컥 겁이나 주식을 모두 팔았다는 것.
지금 되돌아보면 시장이 가장 어두울 때 주식을 내던지는 것 처럼 어리석은 투자는 없다고 말을 하지만, 그는 막상 최근에도 또 주식을 손절매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시장이 어지러운 것은 사실이다. 차라리 글로벌 증시가 다같이 부진한 흐름이면 마음이 편할지도 모르겠지만, 국내증시만 유독 힘이 부족해보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은 겁을 먹고 주식을 내던질 시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사서 높은 가격에 되파는 것이 투자의 기본 원칙이다.
지금 시점에서도 주식시장에 불안감을 주는 요인은 많지만, 이것들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고, 이제 서서히 진정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판단이다.
먼저 지난 주말 뉴욕증시가 1만선을 무너뜨리며 약세를 보였지만 그리 겁을 낼 필요는 없어 보인다. 뉴욕증시가 하락세를 보인 가장 큰 이유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제너럴일렉트릭(GE)의 부진한 실적 탓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JP모건이 어닝서프라이즈를 발표했을 당시에도 BOA 등 여타 은행주의 실적에 대한 우려감은 여전했고, GE의 실적에 대한 예상치는 실제 실적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었다.
이미 어느 정도 부진한 흐름을 예상했던 바인데다, GE의 경우는 예상치보다 높은 실적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일단 부진한 실적 자체에 겁을 먹었던 셈이다.
미 증시의 약세 요인 중 또다른 하나는 부진한 소비자심리지표다. 미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고, 연말을 앞두고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당초 예상치보다 3배나 급증한 9월 산업생산 지표를 몽땅 무시할 정도였는지는 의문이다. 산업활동이 예상보다 빠르게 살아나고 있다는 뜻이다.
부진한 숫자 자체에 지나치게 겁을 먹다보니 긍정적인 부분은 보이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번 주 미 증시는 각종 주택지표의 발표가 대거 예정돼있는데다, 애플과 야후, 이베이, 모건스탠리, 마이크로소프트 등 굵직굵직한 실적 발표까지 줄지어있다.
발표가 예정된 주택지표는 모두 개선 흐름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기업 실적 역시 나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 증시 역시 GE와 BOA, 소비심리지표 부진에서 빠르게 벗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기 회복세가 여전히 진행중이고, 그 파급효과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증시도 어느 정도 하방 경직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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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증시 자체만 보더라도 그리 부정적이지는 않다. 국내증시가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원ㆍ달러 환율의 가파른 하락세에 따른 수출주의 약세다.
그런데 눈에 띄는 점은 수출주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반면 철강금속 및 은행주를 비롯한 내수주는 상당히 선방하고 있다는 점.
수출주가 지수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큰 만큼 지수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그 내부를 살펴보면 수출주를 제외한 여타 종목은 견조한 흐름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원화강세 현상 역시 가파른 속도가 문제가 될 뿐, 이 속도가 둔화되는 조짐만 나타난다면 오히려 시장 분위기를 바꿔놓을 수도 있다. 단기적으로도 지난 주 후반 외환시장 반응에서 나타났듯이 외화 차입 규제와 같은 정부의 입김을 통해 원화 약세 반전을 기대해볼 만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지금은 겁을 낼 시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달러화 약세기조에 따라 국내증시에 달러캐리 트레이드로 추정되는 외국인의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시장이 참 어둡다. 하지만 당장 어둡다고 모든 걸 내던지는 것 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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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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