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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상봉] "살아있는 사람 제사 지내면 되나"

[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살아 있었구나." 북쪽 형 석영순(78)씨가 추석 이산가족 2차 상봉행사 첫날인 29일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에 들어서는 순간 남쪽 동생 태순(74), 창순(65)씨와 삼촌 석호근(83)씨는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영순씨는 울먹이는 삼촌 호근씨에게 큰절을 올리며 "옛얼굴이 남아 있습니다"라며 달랬다.


영순씨는 6.25때 국군으로 징집됐던 군인 출신이다. 대구 달성군 옥포면에서 가족과 함께 살며 농사를 짓던 영순씨는 19세인 1950년 전쟁 발발 후 2개월만에 동네 청년 10여명과 국군으로 징집됐다.

징집 후 1개월여 훈련을 마치고 전방으로 이송되는 모습을 작고하신 어머니 김서분 씨가 목격하고 한참을 따라가기도 했다고 한다. "살아만 돌아와달라"고 염원했던 가족들은 전쟁 발발 이듬해인 1951년 3월 육군본부에서 영순 씨가 징집 3개월만에 전사했다는 통지문을 받았다. 가족들은 46년이 지난 1997년 5월 육군본부에 위패신청을 했고 그에 따라 영순씨는 국립묘지에 봉안됐다.


가족들은 형 영순씨의 위패가 국립묘지에 봉안된 뒤 제사까지 지냈다. 심지어 영순씨의 부친은 보훈대상자로 지정돼 사망 전까지 연금을 수령하고 장례비까지 지원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가족들은 재작년 꿈같은 소식을 접했다. 2007년 대한적십자사에서 '북측 석영순씨가 남에 있는 가족들을 찾고 있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이날 남쪽 가족들이 자신의 제사를 지냈다는 사연을 전하자 영순씨는 "살아 있는 사람을 보고 제사를 지내면 되나"라며 파안대소했다. 영순씨는 북에서 결혼, 2명의 아들과 3명의 손자를 뒀다고 소개했다.

(금강산=공동취재단)
박현준 기자 hjun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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