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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골드론' 급증..은행 설자리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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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보다 쉽고 편한 골드론에 일반 서민들 몰려, 일부에선 지나친 팽창 우려 목소리

[아시아경제 양재필 기자] 전통적으로 인도인들은 금과 같은 반짝거리는 금속들로 치장하는 것을 부의 상징이라 여겼다. 다른 국가에 비해 인도 국민의 금 보유량이 높은 것도 이 때문.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최근 인도인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골드론’의 등장으로 금을 더 이상 장롱에 꽁꽁 넣어두지 않고 능동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골드론은 대출업자가 금을 담보로 일정기간 동안 자금을 대출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집안의 보석을 담보물로 맡기고 자금을 구하는 행위를 가계 파산 조짐으로 여기지만 인도에서는 금 담보 대출이 은행거래처럼 일반화되고 있다. 급전 대출부터 사업 자금 확보까지 '골드론'의 용도도 다양하다.


골드론의 수요가 늘면서 관련 업체들도 성업 중이다. 인도에서 가장 큰 골드론 업체 중 하나인 마나푸람 그룹 V.P.난다쿠마르 회장은 “인도에서 금은 신용카드와 같아 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3분 이내에 대출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수십여 년 동안 인도의 대출업자들은 연 30% 이상의 고금리를 받으며 음성적인 거래에만 치중했으나 최근 골드론이 보편화되면서 기존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특히 은행과 금융사들까지 골드론 러쉬에 편승하면서 개인 대출업자들도 연 14%~30% 적정수준의 이자를 받고 있다.



현재 인도 지역 골드론에 대한 정확한 통계수치는 조사된 바가 없다. 인도 골드론의 개척자로 불리는 인도 최대 골드론 업체 마나푸람은 지난 해 7억3000만 달러에 이르는 골드론을 유치했다. 전년 3억9700만 달러에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또 다른 골드론 관련 업체인 무두트 파이낸스는 대출 규모가 해마다 60%씩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골드론의 엄청난 성장세로 타격을 받는 것은 은행이다. 지난해 인도 은행의 개인 대출은 전년 대비 16% 늘어나는 데 그쳤고, 올들어서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골드론 업체들에게는 지난 해 발생한 금융위기가 오히려 기회였다. 인도 대부분의 은행이 지난 1년 6개월 동안 자산 부실을 우려해 대출을 꺼렸지만 골드론 업체들은 대출을 늘려 경기회복의 수혜를 톡톡히 받고 있는 것. 언스트앤영(Ernst & Young) 인도 지역 이사 비렌 H. 메흐타는 “이제 은행들도 금을 담보로 한 대출 사업이 구미에 상당히 맞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이러한 골드론 대유행이 인도 금융시장의 한계를 여지없이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4억 명에 이르는 인도 총 노동인구 중 공식적인 기관에서 일하는 비율은 8%에 불과하다. 나머지 92%의 서민들은 급전을 조달할 때 담보나 수입을 증명할 길이 없어 대출을 받는 것은 거위 불가능에 가까운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 계좌를 터야하고 복잡한 신용 확인 철자를 거쳐야 하는 만큼 인도 서민들이 간편한 골드론을 애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만물상을 운영하고 있는 평범한 가장인 C.R.파이에게도 골드론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 금융상품이 된지 오래다. 파이는 금과 같은 가족들의 폐물을 골드론 업체인 무두트 파이낸스에 담보로 맡기고 급전이 필요할 때마다 1만~2만5000루피(200~500달러)씩을 빌리고 여윳돈이 생기는 대로 다시 갚고 있다. 파이는 연이율 15%~18%로 대출을 받고 있다.


파이는 “골드론은 복잡한 절차가 전혀 필요 없다”며 “은행에 갈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민들이 주로 애용하는 골드론의 연체율은 어느 금융상품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골드론 업체 관계자는 “골드론 연체율은 1%도 안된다”며 “대부분 급전을 빌린 후 4개월 안에 담보물을 찾아간다”고 전했다.


시리람 시티 유니온 파이낸스의 수브하스리 시리람 상무는 “금을 담보로 돈을 빌린 인도인들은 금을 꼭 찾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가계의 마지막 담보물인 폐물을 포기하는 인도인들은 거위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드론 유행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양하다. 대부분의 금융 전문가들은 “골드론 활성화가 금융에 문외한이었던 인도인들을 소극적이나마 금융권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가계에 마지막 남은 폐물을 이용해 대출을 받는 것은 극단적인 선택”이라며 “일부 소액 대출 업자들이 일부러 부도를 내고 도망가는 사례가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무두트 파이낸스 그룹의 조지 알렉산더 무두트 이사는 “아직도 많은 곳에서 서민들이 음성적으로 골드론을 이용하고 있다”며 “이러한 골드론을 양성화해 궁극적으로는 스마트론과 같은 금융상품으로 바꿔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두트 파이낸스 조사에 따르면 인도 전체 금 1만5000여톤 중 600여톤 정도가 골드론 담보물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골드론 업체들은 “향후 1만4000여톤의 금이 골드론 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며 “골드론 시장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양재필 기자 ryanfeel@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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