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속 국내 업체가 수주 연이어 하자 갖가지 소문 돌아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앞으로는 수주 소식을 외부에 올리지 않을 겁니다.”
중소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의 답답한 상황에 많이 부딪친다며 이같이 밝혔다.
올해 제로에 가까운 신조 시황 위축 속에 연이어 수주 발표를 하자 외부에서 회사에 대한 잘못된 사실과 억측을 소문내 상처를 크게 입었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올해 신조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는 중국 조선사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의미있는 수주 성과를 올렸고 이달 또는 다음달까지 추가로 신조 수주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수주 내용을 공개하자마자 경쟁사들이 “가격을 후려쳐서 남는게 없을 것이다”, “예정된 날짜에 선수금을 받지 못해 결국 계약이 취소될 것”이라면서 흠집을 잡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소문이 업계를 넘어 선주들로까지 확산돼 협상에 많은 애로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경남 통영의 한 조선사도 최근 그리스 선사로부터 6척의 벌크선 신조 계약을 따냈으나 국내에는 공개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중소 조선사 관계자는 “대형 조선사에 비해 중소 조선사는 직원들의 임금 수준도 낮고 조선소 운영 비용 부담도 적어 가격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라면서 “여기에 중국 조선소보다 제작 기술이 한수 높은 점도 고려해야 하는데 축하는 못해줄 망정 상처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사태가 커지다보니 대형 조선사들도 수주 발표를 미루고 있다. 현재 대형 업체 2개사가 최종 사인을 앞두고 있지만 일단 상황을 봐가면서 공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워낙 소식이 없었던 관계로 발표는 하겠지만 기 수주한 계약 내용이 선주의 요청으로 변경되거나 취소되는 경우도 있어 주저되는 게 사실이다”라면서 “오래간만에 맞은 불황이다 보니 이런 상황도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다른 조선사 관계자는 “소문이 많이 난다는 것은 불황이 바닥을 친 것이라는 긍정적인 신호”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중국에 몰리고 있는 신조 수주 물량은 중국 정부가 상대국에 대해 거액의 투자나 자원 구매를 실시한데 따른 대응 구매 차원에서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준공 날짜를 제 때 못 맞추고 품질도 떨어지는 데다가 중고 선박을 팔 경우 한국산에 비해 가격 하락 폭이 커 수익성도 안맞는 중국 배를 선주들이 호황기 까지 운영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업계는 현재 진행중인 대형 신조 물량 계약 결과가 이달 말 또는 다음달부터 공개돼 국내 조선사들이 기대 수준 만큼 성과를 올려 극심한 수주 가뭄을 한풀 벗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