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우수한 초고속통신망(Broadband) 덕분에 외국으로부터 'IT강국'이라는 찬사를 자주 듣는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우리나라를 일컬어 '세계 최고의 IT 테스트베드(Test-bed)'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기분 좋은 말이다. 그러나 조금만 이런 찬사를 곱씹어 보면, '세계 최고'라는 말속에 아쉬움도 함께 있다.
글로벌 기업은 우리의 우수한 통신망을 이용하여 구글서비스, 스카이프(인터넷전화), 아이팟 등 신상품을 테스트하고, 우리는 그들의 '리트머스'가 되어 잘 팔릴 수 있는지를 실험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세계 최고의 테스트베드'가 경제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국내 통신장비업체, 콘텐츠업체 등은 과실을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우리나라가 'IT 소비강국'임을 절실하게 자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IT를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IT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보이지 않는 보석'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IT융ㆍ복합 산업육성 정책에서도 읽을 수 있듯이, IT는 전통산업에 새로운 패션을 입혀서 무한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IT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지식을 기반으로 새로운 지식서비스 산업을 끝없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무한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남 좋은 일만 시키는 허울뿐인 '세계 최고의 IT 테스트베드'에서 우리의 것이 최고임을 증명하고 'Korea'가 창조성(Creativity)의 상징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하는 '세계 최고의 IT 리딩베드'로 만들어야만 한다.
지식서비스 산업 육성을 위한 기본 출발점은 '인터넷의 혁신'에 있다. '아이디어가 있는 누구나' 지식기반의 서비스 사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인터넷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신사업자의 '발상 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 지금처럼 단순히 소통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통신서비스사업에서 다양한 아이디어 소유자들이 간단하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을 개발ㆍ공급하여 창업을 지원하는 비즈니스 통합자(Business Integrator)로 거듭나야만 한다. 더 이상 포화상태에 있는 이용자 수를 기반으로 하는 통신서비스 사업으로부터의 과감한 탈출이 필요하다.
이런 과감한 발상전환이야말로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IT 테스트베드'에서 '세계 최고의 IT 리딩베드'가 되어 다양한 지식서비스 산업에서부터 통신장비산업, 나아가 IT융합산업에 이르기까지 IT 산업의 생태계를 복원하고 활성화하는 길이다. 시장의 규모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인터넷 속도 개념에서 서울을 기점으로 10분의 1초 이내(반경 1만2000km이내, 비행거리 3.5시간 이내)에 EU인구의 1.5배에 이르는 7억여명의 인구가 밀집해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세계 최고의 IT 리딩베드'를 필요로 하는 수많은 후발국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통신사업자들이 비즈니스 통합자(Business Integrator)로 변신할 수 있게 해주는 광대역통합망(Broadband Convergence Network)이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IT 네트워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세계 최고의 IT 리딩베드' 비전을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의 원천이다.
최근 들어 이통통신망의 자원을 빌려 사용하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으며, KT, SKT 등 사업자들도 현존하는 망자원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통합자(Business Integrator)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새로운 지식서비스산업의 인큐베이터로 탈바꿈하여 건강한 IT산업 생태계를 완성하는 중심세력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많은 제약이 있겠지만 인터넷의 속도만큼이나 과감한 속도전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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