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학원대학 법학부 교수
1955년 '보수 대연합' 이후 반세기 이상 계속되어온 일본의 자민당 집권체제가 붕괴되었다.
이른바 '55년 체제'라 불리는 자민당 장기집권 체제는 1993년 일시적으로 반자민 세력에 정권의 자리를 내 준 적은 있으나 그 후 연립정권으로 집권당에 복귀하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반세기 이상을 집권여당의 지위를 누려왔다.
그러나 국민적 지지가 높았던 고이즈미 총리의 퇴진과 뒤를 이은 아베 신조, 후쿠다 야스오 두 총리의 석연치않은 중도 퇴장으로 혼란을 겪었고 아소 다로 현수상의 국정운영 능력과 정치력의 부재가 국민의 불신을 증폭시켜 왔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하반기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 결여와 대처 방안 미비, 고이즈미 정권때 급속히 추진된 신자유주의 정책이 사회 양극화를 가속화시켰다는 비판과 함께 거의 6%에 달하는 실업률, 연금제도의 부실관리 등이 자민당의 추락을 가속화시켰다.
반면에 제1 야당인 민주당은 수권정당의 기반을 그 어느 때보다도 확고히 다지며 이번 중의원 선거를 통해 기필코 정권교체를 이루어내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며 일본 유권자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민주당은 최근에 발표한 메니페스토(정책공약집)에서 '국민생활이 제일 우선'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하토야마 정권 구상을 나타내는 5대 원칙을 발표하였다.
관료주도에서 정치주도로 전환, 정부와 여당의 2원체제에서 1원체제로 변화, 정부 부처 할거주의 타파를 위한 수상관저 기능의 강화, 종적인 이익사회에서 횡적인 연계사회로 전환, 중앙집권에서 지방분권으로 이동 등이다.
구체적인 정책으로 민주당은 어린이 육아수당을 중학교 졸업 때까지 1인당 연간 31만엔을 지급하는 것을 비롯해 공립고교의 무상화, 농가의 개별소득 보상, 고속도로 무료화, 의료보험과 연금제도의 개혁 등 사회복지와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정책을 주요 정권공약으로 내걸어 국민들로부터 공감과 호응을 얻었다.
물론 이같은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연간 16조엔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하며 그에 따른 재원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최대의 관건임과 동시에 '선심성 정책' 내지는 '실현불가능한 꿈'이라는 비난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국가의 총예산 207조엔의 전면적인 재조정을 통하여 재원 확보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대외 정책에서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는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이웃국가와 연대강화, 관계 개선 등도 자주 언급했다.
최근에는 '아시아 공동통화 실현' 등 정치적인 협조와 유대관계 강화뿐만 아니라 경제적 관계 강화의 필요성도 역설해 온 점으로 보아 기존의 자민당과는 차별화된 관계 개선과 강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대미 관계도 기존의 미국 일변도의 외교정책에서 벗어나 다각화된 외교정책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민주당은 엔화 강세를 유지하는 환율정책을 주장하고 있어 한일무역 관계도 엔화의 변동에 따라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단독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지만 현재의 참의원 의석분포로 볼 때 자민당과 공산당을 제외한 여타 정당과 연립정권으로 살림을 꾸려 나갈 확률이 매우 높다. 만일 연립정권을 수립하게 된다면 민주당의 단독정책보다는 연립정권의 의견 조율을 통한 정책으로 변화하지 않을 수 없으며, 민주당의 의원 구성이 자민당 탈당파와 구사회당의 맥을 잇는 의원들로 구성된 통합야당이라는 점에서 당내 의견조율의 어려움과 내홍을 초래할 수 있는 개연성이 항상 존재한다.
지금 뜨는 뉴스
따라서 집권당으로서의 경험이 전무한 민주당으로서는 정권 획득과 동시에 우선 당내 결속을 확고히 다지면서 관료조직을 이끌며 정권공약으로 내건 각종 정책을 지체없이 수행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출발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기존의 자민당 정권과는 달리 역사 문제나 야스쿠니 참배 등으로 이웃국가와 껄끄러운 관계를 초래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아보이나, 독도를 둘러싼 영토문제나 한일무역 관계 개선 등에 있어서는 기존의 자민당과 별반 차이 없는 일본국익 우선의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일 간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