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R";$title="[아시아블로그] KT 엘리베이터안의 두 풍경";$txt="";$size="250,149,0";$no="2009013009102745323_1.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지난 17일 오후 6시40분 강남 지하철역.
퇴근길을 재촉하는 인파의 물결 속에서 낯익은 노신사가 눈에 들어왔다. 희끗희끈한 머리에 말끔하게 차려 입은 정장…. 성큼성큼 다가오는 그는 다름아닌 KT 이석채 회장이었다.
"근처에 결혼식이 있었서…"
이제 막 지하철에서 내린 듯한 그는 기자와의 뜻밖의 만남에 다소 놀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차도 없이 웬일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지하철이 편하고 빠르다"며 멋쩍은 미소로 답했다. 언제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마주하던 이 회장이었지만, 이날 만큼은 찜통 속 지하철역에서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소시민 중 한명일 뿐이었다.
이석채 회장의 '소탈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상당한 카리스마를 갖추고 있으면서 은연중 드러나는 이 회장의 털털한 모습에 인간적인 매력을 느낀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 회장을 가까이서 보필하는 한 KT 직원은 "이 회장은 평소에도 수행 비서 없이 지하철을 자주 애용하신다"면서 "대외적으론 추진력이 있고 에너지가 넘치는 경영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굉장히 소박하고 검소한 분"이라고 귀띔했다.
그의 소탈한 모습은 지난 14일 광화문 방통위 1층에서 열린 '이동전화 요금감면 절차간소화' 행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 개통식에는 최시중 위원장과 KT 이석채 회장, SKT 정만원 사장 등 주요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만큼 기자들의 취재 경쟁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이석채 회장은 KT의 새로운 슬로건 '올레(Olleh)' 홍보용 티셔츠를 입고 그 위에 재킷을 걸친 소박한 복장으로 행사장에 나타났다. 올레 티셔츠는 금요일마다 KT 임직원들이 입고 출근하는 옷이다. 이 회장은 직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격식을 깨는 옷차림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석채 KT 회장은 지난 1월14일 취임과 동시에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조직정비에 나선 데 이어 취임 6일 만에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선언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경쟁사들의 반발에도 끄덕하지 않는 뚝심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들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당당함으로 그는 합병의 당위성을 역설했고, 결국 성공적으로 합병을 이끌어냈다. 연매출 20조원의 '통신공룡'을 진두지휘하는 이석회 회장이지만, 겉으로 표출된 전사(戰士)의 기질을 한꺼풀 벗겨내면 한없이 소탈한 덕장(德將)의 면면이 속살을 드러낸다.
고급 승용차 대신 지하철을 애용하고, 근사한 양복 대신 티셔츠를 즐겨입는 소박함은 평소에 보여주는 거침없는 행보와 오버랩되면서 이석채만의 유연한 리더십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민영화 이후 8년간 공기업의 구태를 벗지 못한 KT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아마도 이같이 질박하고 강건한 리더십인 듯 싶다.
오랜 매출 정체의 늪에서 벗어나 힘찬 도약의 날개짓을 하기 위해서는 전사적 기질과 덕장의 면모를 두루 갖춘 '이석채 식(式)'의 경영철학이 필요해 보인다. 이날 지하철 역에서의 짧은 만남을 통해 '이석채호'(號)의 미래를 가늠해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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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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