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1600 문턱서 급제동이 걸렸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변함없는 러브콜과 개선된 기업실적 등 주변 요건을 고려했을 때 조만간 1600고지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1600은 지난 2007년 5월 대세상승기의 초입이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번 1600 돌파를 앞두고 국내 증시 상황은 2007년 당시와 비교할 때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 개인의 매매패턴도 다르고 원ㆍ달러 환율, 유가 등 주변 환경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또 증시를 이끄는 주요 종목과 테마도 과거와는 상이하다. 1600 재돌파를 이끌 우리 증시의 '힘'을 지난 2007년과 비교, 분석해본다.
◆2007년은 '개인'의 힘, 2009년은 '외국인'의 힘=올 들어 국내 증시가 연중 최고가 랠리를 펼쳐가는 데는 무엇보다도 외국인의 역할이 크다. 지난 7월15일 이후 외국인은 단 한차례(21일)만 순매도를 기록하면서 결코 쉽게 마무리될 매수세가 아님을 상기시켰다.
2007년 6월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3주만에 3조원 수준에 근접하는 규모로 크게 확대된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당시 외국인은 꾸준히 매도하는 반면 개인과 투신의 동반매수세는 이어지면서 외국인과 기관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지속됐다.
외국인들의 매도우위 패턴에 대해서는 빠르게 진행된 상대적 주가 강세로 이머징마켓 내 한국 주식시장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조절하기 위한 결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은 올해 왜 우리 주식을 사들였을까.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은 매크로 모멘텀이 강화되고 성장률과 할인율의 갭이 동시에 확대되는 상황에서 강한 순매수를 보인다"면서 "글로벌 증시의 등락에 따라 단기적으로 변동성을 갖긴 하겠지만 매수우위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굴뚝株가 이끌었던 2007년, 올해는 IT가 이끈다=과거 굴뚝주는 우리 증시를 이끌었던 주요 테마였다. 현대중공업 등으로 대표되는 조선과 포스코를 선두로 한 철강이 '투톱'으로 떠오르면서 2007년 활황세를 앞에서 진두지휘했다. 소재업종은 물론 기계, 해운, 항공, 건설 등 이른바 중후장대(重厚長大) 업종이 메인이었다.
반면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고 난 후인 2009년, 외국인들은 소비회복 가능성에 따라 움직였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투자자들이 소비 회복 가능성에 배팅을 하고 있다"면서 "이런 관점의 연장선에서 미국 소비회복 수혜주로 볼 수 있는 국내 IT와 자동차 업종이 시장의 주도주 자리를 선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 회복 기대가 과거 미국인들의 과소비로 지탱될 수 있었던 글로벌 경제의 고성장 시기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식시장의 선반영성을 감안할 경우 투자 가 소비관련주에 집중되는 양상을 흘려버리기만도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환율과 유가, 금리는 증시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2007년 외국인의 움직임에 가장 큰 영향을 줬던 원인은 유가와 금리였다. 당시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증시의 상승 탄력은 둔화되고 있었고 드라이빙 시즌을 앞두고 재고부족 우려와 지정학적 불안감이 더해지면서 국제 유가는 70달러에 육박하고 있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부담이 작용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수출기업의 이익모멘텀에 부정적인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인플레이션 부담으로도 작용하게 됐다는 얘기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움직임이 외국인의 발길을 붙잡으면서 매도세를 보이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힘'은 2007년 증시를 이끌어냈다.
반면 올해의 경우 주요국들이 금리를 낮췄고 유가도 안정되면서 나타난 유동성 장세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에는 하락하는 환율의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받는 수입관련 업종들까지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증시, 가시밭길 있지만 대세는 우상향=1600 시대를 다시 연 국내 증시에는 여전히 더 크게 분출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시중에 풀려있는 막대한 시중 유동성, 국내외 경제 지표들의 호전, 투자주체들의 심리가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승현 토러스투자증권 센터장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코스피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미국의 회복, 정책 효과에다 저물가ㆍ저금리 기조의 지속은 펀더멘털 개선과 함께 주가에 탄력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전했다.
외국인의 매수 탄력이 주춤거리고는 있지만 여전히 '바이코리아(Buy Korea)'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도 증시에 호재다. 윤세욱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경제의 빠른 회복과 아시아경제가 서브프라임 위기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점이 부각되고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IT, 자동차, 철강업종 등이 세계시장에서 최고수준의 경쟁력이 있고, 최근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어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당분간 더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펀드 환매 증가와 정책 효과의 둔화 등 가시밭길이 여전해 섣부른 대세 상승론은 위험하다는 시각도 있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선진국 경기 회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데다 금융부문의 회복이 실물부문의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어 4분기 중 모멘텀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황상욱·김은별·임철영 기자 ooc@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