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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구직자 가슴에 '희망의 점' 찍었다

착한기업, 행복한 사회
제2부 한국의 사회적기업
사회적기업 (주)도서출판 점자


보건복지가족부가 집계한 국내 시각장애인(등록자 기준)는 지난 해 말 기준으로 모두 21만명. 그러나 장애인으로 등록하지 않았거나 고령의 노인이나 저시력인, 문자해독장애 및 학습장애, 난독증 등을 앓고 있어 책을 읽을 수 없는 사람들을 합친다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시각장애로 책 등 독서자료를 쉽게 읽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년 발행하는 5만여권의 책 가운데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자료로 변환되는 것은 고작 2% 정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배우지 못해서 생기는 차별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은 생활의 불편은 물론, 직업 선택도 제한된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도서출판 점자(대표 육근해)는 공공기관과 특수학교 등이 필요로로 하는 점자 형태의 간행물을 제작ㆍ보급하고 시각장애인과 독서장애인들이 읽을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도서를 개발해 이들의 정보접근권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한 회사이다. 명함이나 점자달력, 지하철 노선도, 버스 이용안내서, 박물관 브로슈어 등 일반인들은 지나쳐버릴 수도 있겠지만 시각장애인들이 간절히 필요로로 하는 각종 점자 인쇄물들을 만드는 회사이다.

◆ 점자책 만드는데 6개월 … 출판계 협조 필요해


점자책 한권을 펴내기 위해서는 텍스트를 점자로 번역해 컴퓨터에 입력하고 교열과 교정, 일반 종이보다 두꺼운 특수지에 구멍을 뚫는 과정 등을 거쳐야 한다. 여러 권을 만들어야 하는 책이라면 별도의 금속판에 점자를 새겨 제판을 한다음, 표지와 제본까지 하는 데까지 최소한 4~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점자로 된 책은 한쪽에 들어갈 수 있는 글 자수가 일반인이 읽는 책에 비해 제한돼 있는 탓에 단행본 한권을 점자책으로 만든 결우 6권 분량으로 늘어나는 게 보통이다.제작과정이 복잡하다보니 점자 책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도 보통책의 7~8배가 들어간다. 그러나 제값을 받고 팔기는 어렵고 또 장애인들이 값비싼 책을 여러권씩 사기란 더욱 더 어려운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육근해 대표는 "장애인들에게 활동보조원을 붙여주고, 교통비를 무료로 지원해 주는 일도 중요하지만 일반인과 동일한 정보접근성을 보장해 주는 일이 무엇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민간 출판업계의 협조는 무엇보다 필요하다. 현행법상 시중에 발간된 모든 도서를 점자도서로 제작ㆍ배포할 수는 있다. 그러나 출판사들이 책의 내용이 담긴 원본 파일을 넘겨주지 않으면, 일일이 컴퓨터로 옮겨야만 한다. 특히 분량이 많은 대학 전공서적 등은 제작기간이 더 오래 걸리는 탓에 새 학기를 앞둔 시각장애인들은 책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구르기 일쑤다.


시각장애인용 도서가 아닌 독서장애인용 큰글자도서도 풀어야 할 숙제다. 큰 수익이 나지 않는 데다 텍스트가 유출될 경우 무단 복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출판사들은 제대로 협조를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박윤미 도서출판 점자 과장은 "현재 로그인(이퍼블릭), 페이퍼로드, 이후, 마고북스, 비봉, 아르케 등 몇몇 출판사들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큰글자도서 제작에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관심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 책 한권 만들어 겨우 한권 판매


도서출판 '점자'는 사단법인 장애인과사랑나눔본부로 운영되던 지난 해까지 노동부의 일자리 창출 지원사업으로 직원 30명의 인건비를 지원받았다. 올해 초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은뒤 추가로 10명을 고용해 지금은 전문인력 1명을 포함해 행정직원 등 모두 45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장애인용 전문도서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출판기획자나 디자이너 등 전문인력이 필요하지만 정부가 요구하는 자격요건이 까다로워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제본실에서 일하는 신옥순 부장(56)은 "무거운 알루미늄 제판을 옮기고 일일이 손으로 작업을 해야 하는 점자책 제작의 특성상 힘이 부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점자책이 나오길 기다리는 시각장애인들이 많아서 바쁜줄도 모르고 보람 있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지난 해까지 점자책을 출판해 올린 매출은 연간 1억5000만원 선. 올해는 주식회사로 전화해 큰글자도서 사업까지 시작한 덕분에 매출은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부의 인건비 지원액 등을 합치면 약 7억원 규모다.


육 대표는 "올해 촉각도서 30여종을 비롯해 큰글자도서, 점자라벨도서가 각각 200종 가량 신간으로 나올 예정"이라면서 "그렇더라도 이런 책들은 하나당 200권이 나가기가 어려워 수지타산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점자도서 보급 현실이나 장애인들의 경제적 사정 등을 고려한다면 정부가 우선구매 제도를 시행하거나 전국 공공도서관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특수도서를 일정 비율 갖출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적기업으로서 자립하기 위해 자본금 확충 등의 요건을 갖추려다 보니 10~20년된 노후 장비들을 교체하는 일도 쉽지 않다.


주진규 편집팀장(39)은 "낡은 인쇄시설을 교체하려면 기계 한대당 1억원 이상이 든다"면서 "지난해에는 환율 상승으로 일본에서 수입하는 점자프린터기 가격이 크게 올라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사진 이재문 기자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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