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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가 만난사람]이배용 이대총장 "대학의 역할은 인간존중 교육"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대담 = 권대우 아시아경제 대표이사 회장

"대학의 역할은 인간존중 교육..창의 상상력 배양 산소같은 에너지 공급"
균형잡힌 판단은 배려에서..흑백의 논리도 치유될 것
"창덕궁 안 1평의 논 의미 생각..왕이 백성 생각하며 정치하겠다는 것"



경제가 위기의 터널을 빠져나가는 듯하다. 그러나 사회 각 부문에 만연된 갈등의 골은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고 있는 것 같다. 흑과 백으로 갈려지는 갈등이 치유되지 않으면 우리는 선진국의 문고리를 잡을 수 없다.

위기의 시기가 지나면 선진국과 후진국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지금 그런 길목에 서 있다. 급소가 노출돼 있지만 누구도 그 위험성을 방치하고 있다. 지금 이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한국은 표류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 그는 대학총장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총장, 대교협 회장이전에 그는 역사학자다. 그래서 그는 역사에 그 길을 물어야 한다는 말을 한다.


역사를 통해 입어야 할 옷을 바로 선택하고, 우리의 현실에 맞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십도, 교육도, 갈등을 헤쳐 나갈 방안도 역사를 들여다보면 길이 있다는 얘기다. 그를 통해 어떻게 해야 균형 잡힌 판단이 가능한지, 눈높이 보다는 상상력,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 교육이 가능한지, 성적을 올리기보다 남을 배려하는 사회를 실현시킬 수 있는지를 들어봤다.


- "넌 할 수 있다" 짧고 간결하지만 이 말을 떠올리면 힘이 솟아나는 듯합니다.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될 때 에너지가 분출되기 때문입니다. 이 말이 이젠 총장님의 브랜드가 된 것 같습니다.


▲지금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입니다. 그들의 자신감은 칭찬과 격려에서 나옵니다. 저의 성장과정이 그랬거든요. 2남5녀중 넷째딸. 당시 사회분위기로 보면 딸은 천덕꾸러기일 수도 있었지요.


그러나 부모님은 좀 달랐습니다. 초중고를 다니는 과정에서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였지요. 부모님과 선생님이 심어준 자신감이 저를 역사학자로 성장시켰고, 현재가 있게 됐습니다.


이화여대에 들어와서는 여성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세상이라는 자신감과 꿈을 더 갖게 됐습니다. 결국 사학자도 되고 대학총장도 됐습니다.


요즘도 가끔 결혼, 출산을 한 후배들과 자리를 같이할 때가 많습니다. 그때마다 하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의 역량이나 재능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넌 할 수 없어"보다 "넌 할 수 있다"의 힘을 체험하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렇게 보면 지금의 대학교육도 생각할 여지가 많은 것 같습니다. 기업이나 사회가 원하는 선수 키우기, 찍어내는 교육에 너무 열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당장 취업전선에 합류시켜야, 그것도 좋은 직장에 많은 학생을 보내려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붕어빵 스펙으로 길들여진 인재가 미래의 경쟁력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겠습니까? 이 때문에 남을 배려하거나 스스로 할 일을 찾지 못하는 젊은이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인간의 가치를 생각하며 인류의 평화를 생각하는 그런 인재육성에 대학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공동체 생활입니다. 형제가 많고 동네 친구들과 어울리기 쉬웠던 예전에는 가정과 학교에서도 자연스럽게 공동체 생활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내가 먼저 남을 배려할 때 자신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 정말 평범한 진리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균형감각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葛庵(갈암) 이현일 선생(영남학파를 대표하는 성리학자)의 어머니, 안동 장씨 정부인, 신사임당 등 우리 역사속의 어머니들을 봅시다. 그들은 자녀를 키우면서 공부 잘 하는 것보다 이웃과 친구에게 착한 일, 좋은 일하도록 하는데 더 많은 정성을 쏟았습니다.


특히 안동 장씨 정부인 같은 분은 조선중기 시문과 서화에 능할 뿐 아니라 자녀교육에 귀감을 보임으로써 지금도 위대한 어머니상으로 추앙받고 있지 않습니까? 그가 평소 자녀들에게 한 말은 지금도 곱씹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너희들이 비록 글 잘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해도 나는 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착한 행동하나를 했다는 소리가 들리면 아주 즐거워하여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칭찬과 격려, 이와 더불어 배려에 대한 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그러고 보니 역사적으로도 형제가 많은 집에서 훌륭한 인재가 많이 배출된 것 같습니다. 경쟁도 하고, 배려도 하면서 경쟁력이 생긴 탓이겠지요.


▲물론 출산은 장려해야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출산 후 자녀를 제대로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가정에서 그렇게 여건이 되지 못하면 학교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시켜야 합니다. 저는 요즘 초등학교 교육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배려, 자연과의 조화 등을 배워야 중고등학교 사춘기를 거치면서 그런 마음가짐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지식을 주입시키는데 열중하다보니 배려와 균형 잡힌 판단에서 점수가 적게 나오기 마련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성공한 삶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산업현장에 적응할 수 있는 실력, 그 역량을 키우는데 급급했습니다.


머리가 좋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어 왔고 성적순으로 줄을 세워온 셈입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게 하기 위해 조기 교육 열풍에 휩싸인 것도 그런 측면에서 봐야지요.


▲기업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 물론 필요합니다. 그러나 맞춤 교육의 틀에서 정형화된 성과는 나올 수 있겠지만 창의성, 상상력은 그것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총장을 하다 보니 기업이 원하는 방향의 인재경쟁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만 그런 실용성의 바탕위에 '따뜻한 배려'-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대학이 기업과 다른 것은 '산소같은 에너지'를 공급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대학교육에서 이를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순수성이나 진리탐구 정신을 실용성과 동떨어진 것으로 봐서는 안됩니다. 본질적인 가치, 내면에서 나오는 순수성이 뒷받침될 때 사회가 한쪽으로 치우칠 때 대학이 바로잡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머리 좋은 사람, 성적표가 좋은 사람으로 성공하는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을는지는 모르지만 그 삶이 행복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NQ(Network Quotient, 공존지수)를 중요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겠습니까?


▲인성교육, 인성교육 하는데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것은 사람에 대한 배려로 귀착됩니다.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으면 지식은 엉뚱한 곳에 함몰 됩니다. 배려가 있을 때 거기서 창의성과 상상력이 나오게 되지요.


선덕여왕이 생각한 첨성대도,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도 따지고 보면 모두 백성에 대한 배려와 연민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런 배려는 결국 긍정의 힘으로 작용합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항상 긍정심으로 먼저 세상을 바라보라고 얘기합니다. 그것도 '따뜻한 긍정심' 말입니다.


따뜻함과 긍정심을 갖게 하는 인성교육이 먼저고 그 다음에 비교도 하고 분석도 하는 지성교육이 뒤따라야 합니다. 그래야 사회를 위해서, 이웃을 위해서 자기 성찰과 반성을 할 수 있습니다. 성인군자가 아닌 다음에야 늘 긍정심을 가지기 힘들 것입니다. 그렇지만 노력과 훈련이 뒷받침되면 할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인성교육의 기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양보하며, 함께 나눌 줄 아는 마음, 부모님의 사랑과 가족의 소중함 그리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한 고언으로 받아들이면 되겠습니까? 대교협회장도 맡았기 때문에 그런 부문에 대한 역할에 기대가 많습니다.


▲대교협 회장이 된 후 계속 강조하고 있는 것이 대학평가의 지표를 다양화 하자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대학평가는 취업률등 성과에 치중돼 있었습니다. 인성교육이나 봉사교육에 대한 평가 지표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젠 여기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대학은 인재를 육성하고 연구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사람을 만들어야 합니다. 반짝효과보다는 얼마만큼 진정성과 지속성이 있는지도 평가되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경제가 위기의 수렁에서 빠져 나온 듯합니다. 여기저기 함정이 있긴 하지만 여러 지표들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지요. 우리는 그동안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위기에서 완전히 빠져나와 선진국을 향해 달려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처방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경제문제더라도 경제적인 처방만으로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요? 정치와 사회, 문화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세종대왕의 리더십을 말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보면 됩니다. 우리사회가 지금 겪고 있는 갈등을 극복하고 안정된 경제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물론 지도자들의 카리스마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강력한 카리스마만 가지고서는 지속성장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세종은 역사에서 그 길을 찾았고, 백성들의 잘 살 수 있는 길을 문화에서 찾았습니다.


집현전은 지금으로 말하자면 문화 연구팀입니다. 세종실록에는 사람에 대한 존중, 배려의 흔적이 많습니다. 정치도, 경제도 그것에서 본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목표로 한 것을 성급하게 달성하려다보면 실타래가 오히려 더 꼬일 수도 있습니다.


- 역사가 주는 지혜에서 답을 찾자는 말씀이신가요?


▲그럼요. 지금도 소득 몇 만 달러 이런 것에 관심이 쏠려 있는 것 같은데 좀 더 시야를 넓혔으면 좋겠습니다. 역사 속 지혜로운 지도자들이 어떻게 어려움을 풀어나갔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문화운동을 통한 지혜찾기죠. 대학 총장님들과 역사탐방 자리를 통해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습니다만 이에 대해 격려해주 는 분이 많아 용기를 얻습니다.


-문화유산은 정말 소중합니다. 잘 활용하면 성공의 기회도 그만큼 많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는 여기에 너무 무관심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개인도 그렇고 국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요즘 입학사정관 전형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래서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박물관과 역사문화 탐방을 했던 학생들을 평가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


국영수 주요과목 정말 중요합니다. 학습능력이 거기서 좌우되니까요.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학교 다닐 때 얼마나 정서적으로 풍부하게 하느냐, 우리나라에 대한 소양을 제대로 갖추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역사책을 통한 학습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으로 공부만 한 학생과 역사의 현장을 통해 직접 체험한 학생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국립중앙박물관장, 이화여대 평생교육원장등과 이에 대한 협의를 계속 하고 있는 중입니다.


 
-톰 왓슨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라운딩을 하면서 한 얘기가 흥미롭더군요. 그립을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게 잡으면 오비(골프공이 정상적인 플레이 구역을 벗어난 것)가 난다고 코치했다고 합니다. 이것은 골프에서만 통하는 룰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도 계층에 따라서, 정파에 따라서 너무 한 쪽에만 치우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흑백논리로 치닫고 있죠. 그것이 문제입니다.


-이를 두고 한국병이라 하기도 하고, 신 한국병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문제는 균형 잡힌 시각, 이를 통한 합리적인 행동이라고 봅니다. 위기에 대한 처방은 여기에서 시작돼야 하지 않을까요?


▲모든 것은 예술로 통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감동을 얻는 것은 예술의 균형과 조화 때문입니다. 사람들간의 관계도 이와 다를 게 없지 않습니까?


치우치지 않고, 서로를 아우르고 헤아리는 습관, 이를 위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추상화는 치우치는 게 아름답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균형 잡힌 판단입니다.


갈등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헤아릴 때 해소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균형잡힌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 주장만 해서는 갈등이 증폭될 수밖에 없습니다. 상대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바로 소통이 아니겠습니까? 易地思之(역지사지). 상대편과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면 답은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많은 깨우침을 주는 말이지요.


-그런데 귀를 기울이고 않지 않습니까?


▲역사를 연구하다보니 구한말 때 우리 신문을 많이 봤습니다. 그때 신문을 보니 범죄가 신문을 뒤덮지는 않았더군요. 좋은 일도, 문화도 골고루 다뤘습니다.


얘기가 좀 빗나간 것 같지만 좋은 일에도 귀를 기울이는 사회분위기가 아쉽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언론의 역할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범죄는 많이 다뤄도 선행은 잘 다루지 않지 않습니까? 제가 역사학자이기 때문에 史劇(사극)에 대한 자문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전 세종대왕이나 선덕여왕을 사극으로 다루면 어떻겠느냐는 권유를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는 연산군이 가장 많이 방영됐습니다. 잘 한 임금은 드라마틱하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 세종대왕과 선덕여왕 모두 사극으로 방영해보니 인기가 있지 않았습니까?


균형은 거창한데서 나오는 게 아니라 작은 부분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엑티브하고 충격적인 것만 찾게 되면서 우리 문화에서 잔잔함이 없어졌습니다. 그러니 점점 더 흑백논리는 강해지겠지요.


-당장 눈앞의 성과나 이익보다는 진실을 향한 인간의 진정성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경영자가 되기 전에 인간이 되어야 하듯이 과학의 세계든, 예술의 세계든 마찬가지 원칙이 적용되겠지요? 대학에서의 교육도 이젠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인간내면의 세계를 넓혀가는 훈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그래서 학기마다 '이화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총장과 함께하는 역사문화체험'이 그 중의 하나입니다. 사학자로서 그리고 총장으로서 학생들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다 역사와 우리 문화를 그 재료로 삼았습니다.


종묘와 경복궁은 우리 가까이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 문화유산들이 담고 있는 역사와 의미들을 세세히 알고 있는 학생들이 많지 않습니다.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리 것에 대한 내실 있는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역사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유용한 많은 지혜가 담겨있습니다.



-지도자들에게 공자처럼 되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정신만은 가져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컨대 백성이 물에 빠지면 자신이 治水를 잘못해 그렇다는 생각, 굶주리는 백성이 있으면 스스로 일을 잘못해 그렇게 됐다는 생각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으로 돌리는 사회분위기가 아쉬운 것 같습니다. 총장님께서 얘기하는 易地思之역시 그런 측면에서 한 말이 아닐까요?


▲창덕궁 후원에 淸義亭(청의정)이 있습니다. 인조 14년(1636년)에 세워진 곳입니다. 궁궐에서 유일하게 초가지붕을 이고 있지요. 그리고 옥류청 끝에 1평이 안 되는 논이 있습니다.


임금이 농사의 소중함과 농사짓는 백성들의 어려움을 체험하기 위한 곳입니다. 백성을 생각하면서 정치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임금과 왕자가 함께 벼농사를 지었습니다. 벼를 베고 수확을 하고 나면 거기서 나온 볏짚으로 청의정 지붕 이엉을 잇기도 했습니다.


스티븐스 미국 대사도 세계 어느 곳의 문화유산보다도 값진 메시지가 있다고 감탄을 했습니다. 임금은 세자 시절부터 역사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역사는 학문이기도 하지만 시작과 결말이 있기 때문에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정치인이건, 경영자건 그래서 역사공부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역사를 통해 지금 우리가 살아가야할 답을 찾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 것 같습니다. 경영자가 되기 전에 인간이 되어야 하듯이 과학의 세계든, 예술의 세계든 마찬가지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겠지요. 대학에서의 교육도 이젠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인간내면의 세계를 넓혀가는 훈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CNN 앵커가 미디어관련법 처리 장면을 소개하다가 박장대소를 했다고 합니다. 갈등의 벽을 어떻게 넘어야 할까요? 어떤 전문가들은 끝을 볼 때까지 곤두박질치면 다시 서서히 떠오르지 않겠냐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만....


▲당장 치료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병도 깊어지면 한 가지 약으로 치료가 어렵지 않습니까? 그러나 지금이라도 우리가 고민하고 공감대를 확산하면 다음 시대는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 한번 벼랑 끝으로 떨어져 봐야 한다는 의견에는 공감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바닥으로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 일제 치하의 세월이 있었고, 저는 그 후유증이 아직까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조상들은 조화를 중시했지만 일제시대 때부터 친일과 반일로 나눠 남북분단으로, 좌우로 갈렸습니다. 흑백이 아니면 인정하지 않는 사회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역사에서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역사를 제대로 볼 수 있으면 바람직한 리더십도 가능하고 균형 잡힌 판단도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정리 = 김보경 기자 bkkim@asiae.co.kr
사진 = 윤동주 기자 doso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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