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의 ‘2-20’법칙이 위기를 맞고 있다. 통상 2%의 운용수수료와 20%의 성과보수를 받는 헤지펀드의 수입 구조가 현 시장 상황에 걸맞지 않는다는 논란이 고개를 든 것.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헤지펀드의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낮아지면 연기금을 비롯해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헤지펀드 수수료를 낮추기 위한 협상에 나서고 있다.
지난 주 투자컨설턴팅업체 프리퀸(Prequin)은 현재 헤지펀드의 평균 운용수수료는1.63%, 성과보수는 17.2%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통상적인 ‘2-20’의 법칙에서 다소 하락한 것이다.
프리퀸의 에이미 벤스티드 메니저는 “헤지펀드 2-20구조가 이제 구시대 법칙이라는 점이 명확해졌다”며 “투자자들이 운용사와의 관계에서 더 힘을 가지게 됨에 따라 수수료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켈퍼스와 URS(Utah Retirement System)과 같은 미국 연기금들이 헤지펀드의 수수료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왔다”고 덧붙였다.
캘퍼스는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으로 미국 내 가장 큰 규모의 연기금으로 꼽힌다. 캘퍼스는 총 1800억 달러의 운용자금 가운데 60억 달러 이상의 헤지펀드에 투자하고 있다.
캘퍼스의 조 디얼 최고재무담당(CFO)은 캘퍼스가 최근 총 26개의 헤지펀드와 집중적인 협상을 가졌다는 사실을 전하며 “투자자와 운용사가 이익조정에 나선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막대한 투자규모를 내세워 수수료를 낮추도록 압박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캘퍼스는 운용사로 하여금 수수료를 낮추도록 할 수 있는 권력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 뒤 “소규모 투자자들 역시 이런식의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 연기금 펀드의 위력은 더 강해질 전망이다. 컨설팅업체 케세이 쿽(Casey Quirk)은 향후 4년 내로 미국 연기금이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자금규모가 25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집계했다.
헤지펀드 운용사가 스스로 나선 경우도 있다. 지난해 금융위기로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혔던 헤지펀드 업계는 고객이탈을 막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수수료 인하를 미끼로 내세우고 있는 것.
실제로 헤지펀드 센타우루스 캐피탈은 운용수수료와 성과보소를 각각 1.5%, 15%로 낮춘 상품(CIRAF펀드)을 선보였다. 전 UBS트레이더 존 우드가 운용하는 모나코 펀드 SRM글로벌은 초기 투자가 두 배로 불어나기 전까지는 성과보수를 유보하는 방법까지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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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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