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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삼성, '입'이 사라졌다

최지성 사장 기자 질문에 이례적 손가락 제스쳐
이 전 회장 선고공판 등 사내외 잡음 없애려 입단속


20일 열린 삼성전자 녹색경영 선포식 현장. 최지성 DMC(세트) 부문 사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일순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쏟아지는 질문 속에서 최 사장이 취한 제스쳐는 바로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댄 '쉿' 자세. 아무 말도 하지 않겠으니 묻지 말아달라는 표현이다.

글로벌 기업 삼성의 CEO가 취재진에 보인 이례적인 모습이어서 화제가 됐지만 최 사장의 행동에는 보이는 것 이상의 의미가 내포돼 있다. 최근 삼성그룹 내부 분위기가 바로 입단속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안의 경중을 떠나서 경영진 모두가 입을 꾹 다문다. 이른바 '삼성의 입'은 사라진지 오래다.


삼성그룹에는 그간 소위 '삼성의 입'이라 불리는 소식통들이 있었다. 이순동 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부사장(현 삼성사회봉사단장)이 그랬으며 주우식 전 삼성전자 IR팀장(현 삼성증권 부사장) 역시 대표적인 인물이다. 업계는 그간 이들에 대해 삼성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포스트로 받아들여왔다. 이 봉사단장은 우회적인 표현을 즐겨 인구에 회자됐으며 주 전 IR팀장은 수치와 근거가 기반이 된 발언으로 정통한 소식통 반열에 올랐었다. 이 외에도 김인 삼성SDS 사장과 황영기 현 KB금융지주 회장(전 삼성증권 사장) 황창규 전 반도체 총괄 사장(현 고문역) 등도 대표적인 삼성의 입으로 꼽히는 인사들이었다.

말이 많은 만큼 실수도 많았다. 특히 중장기적 경영방침에 대한 언급이나 공시 전에 실적에 대해 잘못된 전망을 하는 경우도 있어 이후 해당 인사의 그룹 내 행보에 대해 좌천설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들이 공통적으로 소신있는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내외의 평가는 높았다.


그러나 이들이 각각 삼성사회봉사단장, 삼성증권 사장 보좌역 부사장 등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일부는 회사를 떠나면서 그룹 경영 관련 사안의 외부 노출이 뚝 끊겼다. 새로운 입이 나타나기는 커녕 현직에 있는 인물들도 입을 다물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경영진들의 입단속이 대단히 심해졌다"고 말했다.


업계는 삼성그룹 안팎의 상황이 경영진으로 하여금 입단속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고 분석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에버랜드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이 내달로 다가온데다 그룹 내부에서 이재용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판결은 물론 이 전무로의 승계 과정에서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룹 내서 임원들이 자발적인 입단속에 나선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우경희 기자 khwoo@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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