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기업의 2분기 실적은 겉보기에 '합격점'이다. 톰슨 로이터 집계에 따르면 S&P 500 소속 기업 중 실적을 발표한 55곳 가운데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를 넘은 곳이 71%에 달한다.
하지만 기업 이익의 질은 떨어지고, 깜짝실적의 지속성 여부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로이터통신은 19일(현지시간) 2분기 미국 기업의 실적 개선은 경영성과가 아니라 인력감축을 포함한 비용절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보도했다. .
그루스킨 쉐프의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로즌 버그는 “피부를 지나치게 벗겨내면 결국 뼈가 드러날 수 밖에 없다”며 지나친 비용절감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비용절감은 맥이 빠지도록 오래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2분기 실적은 믿을 수 없다 = 많은 수의 기업들이 1분기보다 나은 실적을 거두었지만 이는 판매 감소보다 더 많은 비용절감의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로즌 버그는 “40%의 기업은 1분기 보다 실적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대표적 사례로 제너럴일렉트릭(GE)을 들 수 있다. GE는 엄청난 수익저하에도 불구하고 월가의 예상을 크게 웃도는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GE의 주가는 발표 후 5% 떨어졌다. 이익의 질과 연속성을 잣대로 볼 때 주가 상승 요인이 아니라는 시장의 판단이 깔린 결과다.
미국에서 KFC·피자헛 등을 소유하고 있는 얌 브랜드(Yum Brands) 역시 지난주 좋은 실적을 발표했지만 매출은 급감했다.
밀러 타바크 앤드 코의 증권 전문가 피터 부크바는 “지금까지의 어닝시즌은 좋았지만 앞으로는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분기 실적은 비용구조를 조정해 얻은 성과"라며 "다음에 나타날 실적은 경기가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드러낼 것”이라고 언급했다.
▲ 격한 도끼질은 새싹까지 자른다 = 학자들과 경게전문가들은 “지금의 비용절감으로 당장 부는 태풍은 피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지나친 비용절감은 경쟁력과 성장력을 떨어뜨리게 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보냈다.
켈로그 경영대학원 루셀 워커 교수는 “지금 기업들이 너무 많은 비용절감을 하면 회복기에 들어서 안좋은 상황을 맞게 된다”고 주장했다.
로즌버그는 “비용절감만으로 단기간의 호실적을 유지하기는 힘들다”며 장기적으로 “여러 분야에 걸친 비용절감이 눈덩이 처럼 커져 모두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두 분야가 아닌 모든 분야에 비용절감이 이루어진다면 결국 수요를 파괴한다는 논리다.
▲ 경쟁에서 도태된다 = 지금의 비용절감은 경기 회복후의 성장 모멘텀을 잃게 하고 경쟁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만든다. 워커교수는 “모든 기업이 비용절감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지금 비용절감 정책을 심하게 하지 않는 미국 항공업체 사우스 웨스턴 에어라인의 경우 경기 회복후 분명한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혹독한 비용절감을 거치면 경기 회복후 경쟁기업에 도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번 경쟁에서 뒤처지고 나면 다시 회복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펜스테이츠 경영대 교수 페리보즈 가다르도 “비용절감에는 장기적으로 큰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용환경 악화는 중간관리자 결핍을 만들었다”며 “이는 단기간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CEO는 중간관리자를 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기 회복 후 R&D에 다시 투자하고 조정한 인력을 다시 충원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들고 조직의 충성도 역시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 비용절감은 피할 수 없는 산 = 비용절감이 절대적인 대안은 아니지만 현 시점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는 의견 또한 만만치 않다.
로이터는 지금은 모든 기업이 ‘비용 절감 게임’을 하는 시기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비용절감을 통해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 많은 인력을 정리하지 않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또 아직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확실한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유로 퍼시픽 캐피탈의 피터 스치프 회장은 “새로운 경제 현실을 맞기 위해서는 더 혹독한 비용절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은 여전히 과잉 인력 문제를 안고 있어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스치프는 일찍이 2006년에 시장의 붕괴와 현재의 경기침체를 예언한바 있다. 또 “기업은 아직 몸을 움츠리고 있어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