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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에만 잡지 판매권···5500명에 자활의 새삶

⑨ 영국 시사월간지 '더 빅 이슈'
전문기자·유명인사 자발적 참여
日·남아프리카 등 28개국서 출판
95년 재단설립 다양한 취업교육



영화 '원스(Once)'를 본 사람이라면 어느 날 저녁 더블린의 거리에서 노래를 하고 있던 남자 주인공과 멍하니 그의 노래를 듣고 있던 여자 주인공이 만나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여자 주인공은 남자 주인공에게 잡지를 사라고 권한다.그 잡지 이름은 '빅 이슈(The Big Issue)'였다.

빅 이슈는 사회적 기업군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 잡지는 1991년 9월 영국에서 처음 발간된 시사 월간지다. 영국의 화장품 기업 '더 보디숍'의 창업자 아니타 로딕의 남편인 고든 로딕이 미국 뉴욕의 노숙자들이 '길거리 소식(Street News)'이라는 신문을 파는 것에서 영감을 얻어 창간한 것이다.영국 런던 지하철에 넘쳐나는 노숙자 문제를 해결해 볼 요량이었다.


더 보디숍의 지원을 받아 발간된 빅 이슈는 일반 잡지와는 다른 특징이 있었다.판매 권한을 노숙자만 가질 수 있도록 한 게 그것이다. 한권에 1.50파운드인 이 잡지를 7.0펜스에 공급해서 노숙자들이 잡지를 한 권 팔 때마다 8.0펜스를 벌도록 값을 정한 것이다.이는 노숙자가 구걸하지 않고 잡지를 팔아서 이익을 거두게 함으로써 자활에 성공하도록 돕기 위한 조치였다.

회사 이익의 사회환원에 관심이 많던 로딕 자신도 '더 이슈'가 이런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운영되는 사회적 기업의 성공적인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유명인사 등이 5500여명에게 도움 줘
더 이슈의 성공에 기여한 사람들도 많았다. 우선 전문 기자들이 기꺼이 자신의 기사를 투고했다.자기 능력을 기부한 셈이다.기사의 질이 좋으니 다른 시사잡지와 경쟁해도 뒤쳐지지 않았다.더 이슈 성공의 한 축이다.


유명인사들도 많은 도움을 줬다. 빅 이슈 표지에 자기 얼굴이 실린 유명인들은 이 잡지가 노숙자의 손에 의해 고객에게 건네질 것을 알면서도 흔쾌히 인터뷰와 취재에 응했다.'더 이슈'에 유명인의 얼굴과 기사가 자주 실렸다.이러니 입소문을 탈 수 밖에 없었다.영국의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 비틀즈 출신의 명가수 폴 매카트니, 미국의 팝 심볼 비욘세 등 운동선수와 연예인 등 다종 다양한 분야의 유명인사들이 경쟁하듯 지면을 장식했다.


노숙자를 향한 배려와 전문기자, 유명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만들어진 빅 이슈는 발매 1주일에 15만부가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다른 시사 잡지들이 긴장하는 것은 당연했다.


로딕은 1995년 빅 이슈 재단을 설립했다.그는 잡지 판매원으로서 자리를 잡은 노숙자들 중 일부를 빅 이슈 본사에 취직시키겨 잡지편집이나 취재활동 등의 업무를 맡겼다.현재까지 빅 이슈의 도움을 받은 노숙자는 총 5500여명이다.



빅 이슈 재단이 제공한 취업교육 및 IT교육 혜택을 받은 사람이 407명,가정을 꾸린 사람이 281명에 이르고,75명이 일자리를 구했다. 400명 이상의 노숙자들은 지금도 런던을 비롯한 영국 각지의 길거리에서 "빅 이슈요"라며 잡지를 팔고 있다.


◆전세계 28개국 100만명 독자 확보
빅 이슈의 성공은 해외로 뻗어나가 현재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일본 등 28개국에서 출판되고 있다.총 100만 명의 독자가 매주 빅 이슈와 만나고 있다.빅 이슈 재단은 이들 나라들에서도 빅 이슈 모델을 사용할 수 있도록 사진물과 국제뉴스 등의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일본판 빅 이슈는 지난 2000년 첫 출간됐다. 평생 도시문제 연구를 해 왔던 쇼지 사노는 빅 이슈가 일본에 넘쳐나는 노숙자 문제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생각했다. 판매원으로 등록한 노숙자들에게 권당 200엔인 빅 이슈를 원가 90엔에 제공했다. 노숙인은 잡지 한 권을 판매하면 110엔을 벌 수 있었다.


일본판 빅 이슈는 등록된 노숙자 650여명이 약 205만부의 잡지를 팔아 원가를 제하고 총 2억2550만엔을 벌어 들였다. 전체 30페이지 가운데 절반은 빅 이슈 본부의 국제기사를 빌려와 쓰고 있고, 나머지 절반은 일본 시사뉴스와 각종 취업정보 등으로 채워서 만든다.


함께 일하는 재단 관계자는 "지하도에 숨어있는 노숙자를 길거리에 올려 세운 빅 이슈는 노숙자를 바라보는 영국 사회의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숙자들은 게을러서 일을 하지 않고 집을 마련하지 않으며 구걸에 의존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고딕은 노숙자 문제는 단순히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인성을 가지고 탓할만한 것이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며, 동시에 누구나 노숙자로 전락할 가능성 또한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주체가 사회로부터 얻은 이익을 환원할 의지를 가진 기업이 돼야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지금의 빅 이슈가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재단 관계자는 "빅 이슈가 노숙자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볼 순 없지만 적어도 정부와 시민ㆍ사회단체에 어떻게 사회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는 큰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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