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아드 그룹' 등 디폴트 위험.. 국제은행들 자산손실 우려
사우디의 거대 패밀리 기업이 유동성 부족으로 디폴트 위험에 빠져들면서 중동 금융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달 사우디 '아흐마드 하마드 알고사이비 앤 브러더스 컴퍼니'의 자회사인 바레인의 '더 인터내셔널 뱅킹 코프레이션'(TIBC)가 디폴트를 선언해 중동 금융권을 충격에 빠뜨린 데 이어 '사아드 그룹'이 신용경색에 빠진 것으로 드러난 것.
이 그룹은 '알고사이비' 패밀리와 인척관계이며, 영국 HSBC은행의 대주주다. 사아드 그룹은 2008년말 현재 자산규모가 306억 달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안 알 사니아 회장은 지난 3월 포브스 지에 의해 70억 달러를 보유한 세계 62위 부자로 평가되기도 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 사우디 중앙은행인 SAMA는 지난달 말 '더 인터내셔널 뱅킹 코프레이션'(TIBC)의 디폴트 선언 후 곧바로 알 사니아 회장의 계좌를 동결시켰다.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도 투명성 부족을 이유로 '사아드 그룹'에 대한 신용평가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앞서 무디스는 '사이드 그룹'의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으로 강등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중앙은행도 지난 8일 시중 은행들에게 '사아드 그룹'과의 거래를 제한할 것을 주문했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서방 은행들도 '사아드 그룹'에 대한 여신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미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 파리바와 미국의 씨티그룹이 알고사이비 패밀리와 그의 사위 마안 알 사니아의 사아드 그룹에 각각 5억 달러 규모의 신디케이트 론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걸프뉴스는 BNP 파리바는 사아드 그룹에 4억 7500만 달러, 알고사이비 패밀리에 4750만 달러를 대출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시티그룹은 5억 달러를 사아드 그룹에 대출했다고 전했다. UAE의 아부다비 상업은행(ADCB)도 최소 5억 달러를 사아드 그룹과 알고사이비 패밀리에게 대출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ADCB의 최고경영자 알라 에라이콰트는 "대부분의 대출이 ADCB가 보유하고 있는 예금을 담보로 이뤄진 것"이라며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현재까지 37개의 국제은행과 지역은행이 알 사니아의 사아드 그룹에 총 56억 달러를 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걸프뉴스는 지난 5년간 오일붐 동안 총 650억 달러를 사우디에 대출했던 국제은행들이 자산손실 위험에 봉착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10년 만에 찾아온 경기침체가 사우디의 가장 영향력 있는 패밀리들의 재산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중동에서는 최대 투자은행 중 하나인 쿠웨이트의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하우스'(GIH), 이슬라믹 투자은행인 '더 인베스트먼드 다르'가 디폴트 상태에 빠졌었다.
김병철 두바이특파원 bc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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