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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장관 의전 때문에 ‘민의(民意)’ 저버린 인천시

“시장이 장관 의전 때문에 시정 질의를 받지 못하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인천시가 산적한 현안과 재정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의전정치를 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인천시의회가 정례회 본회의 의사일정을 갑작스럽게 변경해 시민들이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인천시의회는 지난 8일 제175회 정례회를 통해 “7월 7일부터 9일까지 예정된 본회의 의사일정을 조정·변경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시의회는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이 요청해 온 행사이유를 들어 의사일정 변경을 가결처리했다.

의사일정을 변경할 만큼 급박한 사정은 무엇이었을까?

장관과 소관부처 간부들의 인천시의회 방문에 따른 안상수 인천시장과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이 의전을 해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인천시의회를 방문하는 VIP 인사는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포함해 이기준 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김도연 전 교과부 장관, 박찬모 청와대 과학기술정책 특보, 교과부 간부 직원 등 10여명이다.

이들은 7월 6일부터 7일까지 이틀 동안 송도 라마다호텔과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리는 ‘2009 대한민국 과학기술연차대회’에 참석한 후 인천시의회를 방문해 본회의를 참관할 예정이다.

상급 기관에서 VIP가 방문하면 하급기관으로서 의전을 해야함은 마땅하다. 그러나 의회 일정까지 조정할만큼 급박하고 중요했던 일이었나를 다시 묻고 싶다.

인천시민을 대신해 시정과 교육행정 등의 견제와 감시를 맡은 민의 기관인 의회가 수감 부처의 상급 기관장 의전을 위해 의회 일정까지 조정하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더구나 이날은 안상수 인천시장을 출석시켜 시정전반에 대한 시의원들의 시정 질의가 있는 날이었다.

시의회는 “시장이 의전 때문에 시정 질의를 받지 못하니 어쩔 수 없이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인천시의 한 시민단체 대표는 “인천시가 산적한 현안과 재정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의전정치를 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시장은 의회일정을 존중하고 민생을 살피는 의회 활동에 협력하고 집중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의회는 애초 7월 7일에 제 2차 본회의를 열어 오전 10시부터 인천시의 시정전반에 관한 질의를 할 계획이었다. 결국 시정 질의는 다음날인 7월 8일과 9일로 연기됐다.

시쳇말로 시장과 교육감이 높은 사람 온다고 해서 얼굴 한 번 더 내비치려고 중요한 업무까지 내팽개치고 달려간다면 시민은 누구를 믿어야하나?

그렇게 해서 인천시의회와 인천시, 인천시교육청이 얻는 것이 무엇인지, 또 인천시민은 이를 두고 어떻게 생각할지 곰곰이 되새겨보지만 그래도 납득이 안 간다.

이 시대 정치인은 만나서 악수하고 밥 먹고 사진 찍고를 거듭 하는 일에 올인(all in) 하는 모습들이다. 이를 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미루어 짐작이 간다.


라영철 기자 eli7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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