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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칼럼] 시국선언 그리고 국정쇄신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7초

서울대와 중앙대 교수들을 시발로 이어진 시국선언의 참가자가 1만 명을 넘고 있다. 시국선언은 학계를 넘어 문화계와 역사학자, 변호사, 한의사, 학생 등 각계가 동참하였으며 성직자 수천 명도 행동에 나섰다.

 

조계종 승려 1447명은 15일 '국민이 부처입니다'라는 시국선언문을 통해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또다시 시련과 고통 속에 몸부림치고 있다"고 전제하고 "현 정부의 과거 지향적인 개발 논리와 독재적 발상, 국민과 법과 질서를 유린하는 오만함에 대한 참회와 국정철학의 대전환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천주교 사제들도 용산참사 현장에서 시국미사를 봉헌한 뒤 1178명이 서명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대통령이 국민 요구를 정면으로 헌법 준수 의무를 저버릴 바에야 차라리 그 막중한 직무에서 깨끗이 물러나야 옳다는 것이 사제들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이명박 정부에 비교적 우호적인 개신교 목회자들도 내일 '1000인 선언'을 할 예정으로 있어 각계의 시국선언은 더 확산될 조짐이다.

 

시국선언은 당면한 시대상황이 정치나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있다고 판단될 때 교수 등 지식인들이 자신들의 우려를 표명하고 해결책을 촉구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역사의 고비마다 큰 구실을 해왔다. 4ㆍ19혁명 당시 이승만 정권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분출할 때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으로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나는 계기가 됐으며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절엔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적인 힘을 결집시키고 독재 정권에 대해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됐다.

 

또 1987년 봄 6월항쟁에 앞서 민주헌법의 제정 등을 촉구한 대학교수단 연합 시국선언은 소위 넥타이부대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며 6ㆍ29선언에 까지 이르게 된다. 그 후 3당합당 반대 시국선언과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선언이후 5년 만에 나온 것으로 예전 1000~2000여 명에 이르던 동참자가 이번엔 1만여 명을 넘어섰다는데 그 심각성이 각별하다. 지성인들의 시국선언이 주목 받는 이유는 아직은 우리 사회의 건강성이 살아있다고 보여주는 하나의 척도로 파급력이 크다는 것을 역사가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시국선언을 정치 편향적인 교수와 지식인들의 집단행동으로 치부하고 일방적으로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들은 "현 정치권이 제 역할을 잘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자 한다면 정상적인 방식을 통해 따지고 수정을 요구하는 것이 우리가 발전시켜온 민주주의의 원리에 맞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치적 입장에 따라 시각과 견해가 첨예하게 달라 쟁점이 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을 시대적 요구인양 포장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시국관에 대한 극명한 이분법적 사회 인식이 여과 없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1만 명이 넘는 시국선언에 일부 보수 집단의 목소리가 대비될 수는 없지만 우리 사회의 각기 다른 모습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집권층에 대한 촉구이기도 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 방문에 앞서 라디오 연설을 통해 "언론에 투영된 의견이나 시중의 의견도 경청하고 있다릳며 릲변화를 바라는 다양한 목소리들을 잘 녹여내서 국가 발전과 정치 발전의 좋은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릳고 밝혔다.



그동안 쏟아져 나온 국정쇄신에 대한 화답으로 귀국 후 쇄신 구상을 밝히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4ㆍ29 재보선 완패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이후 국정쇄신을 공개리에 처음 밝힌 것으로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 대통령이나 주변 참모들의 현식인식이다. 이 대통령이 "민심이 이념과 지역으로 갈라져 있다"고 말한 것처럼 들불처럼 번지는 지식인과 종교계의 시국선언을 일부 집단의 '독선적 주장'으로 인식한다면 국정쇄신의 화답이 공허할 뿐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촛불정국 때 청와대 뒷산에 올라 국민의 뜻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회 통합을 이루려는 노력은 없었다는 것이 시국선언에 담긴 의미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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