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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벌거벗은 통계

벌거벗은 통계
발터 크래머 지음/ 염정용 옮김/이순 펴냄/1만1000원


[아시아경제신문 박소연 기자]한 통계에 따르면 음악가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더 오래 살았다고 한다. 또 다른 통계에 따르면 공룡은 6억 년 전에 멸종했으며, 돼지고기를 먹으면 심근경색에 걸린다는 통계도 있다.

24년간 통계학자로 활동해 온 지은이 발터 크래머는 이 통계들 중 대다수가 엉터리라고 말한다. 통계는 수치와 그래프만의 세상이 아니며, 통계를 통해 정치와 투자, 경영이 생겨나고, 다양한 전략과 주장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조작된 나쁜 통계, 가치 판단의 유용한 근거를 주는 정직한 통계, 기준 설정의 오류로 인한 통계 등이 숨어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과연 어떤 정보를 믿고 어떤 숫자를 의심해야 할까.

새책 '벌거벗은 통계'는 평범한 숫자들을 의미심장한 정보로 바꾸는 통계조작의 실체를 파헤친다.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정보의 핵심은 바로 숫자다. 통계라는 가공절차를 거친 숫자가 정보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각종 그래프와 도표를 통해 제시되는 수익률, 다양한 리서치 기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와 여론조사. 이 다양한 수치들을 바탕으로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결정하고 선택한다. 결국 우리에게 제공된 숫자들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판단이 달라지게 된다. 여기서 책은 "통계는 통찰"이라며 "숫자에 휘둘리지 말고 정보를 경영하라"고 말한다.


1936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중잡지 '리터러리 다이제스트'는 설문조사를 했다. 잡지는 무려 1000만명을 표본추출했으며 응답자는 240만명이나 됐다. 잡지는 공화당 랜던 후보의 당선을 확신했으나 실제로는 민주당 루스벨트가 압도적인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잡지는 왜 예측에 실패했을까. 중산층이 대부분인 잡지의 정기구독자 가운데서 표본을 추출한 데 근본적인 오류가 있었던 것. 책은 이것이 왜곡된 표본추출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한다.


책은 중국의 한 도시의 두 차례에 걸친 인구조사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징병검사와 세금징수를 위한 조사 때는 2800만명, 구호품 배분을 위한 조사 때는 1억 500만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미국 흑인 병사들은 인종차별 조사에서 백인 면접관에게 질문을 받았을 때는 11%가 인종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반면, 질문자가 흑인이었을 경우에는 35%가 예스라고 대답했다.


또한 영국 여성들은 일생 동안 평균 2.9명의 남자와 섹스를 하는 반면, 영국 남성들의 여성 파트너는 11명에 달했다. 성과 관련된 설문조사에서 여자들은 내숭을 떨며 남자들은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었다고 책은 말한다.


미국 뉴욕에서는 센트럴파크에서 살해당한 피해자보다 침실과 부엌에서 희생된 피해자가 더 많다. 그렇다고 "밤에는 집보다 센트럴파크에서 자는 게 안전하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집이 위험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센트럴파크보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아서 나온 통계라고 책은 설명한다.


해마다 정치인들의 낯빛을 변하게 하는 국민총생산도 이상한 숫자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한 나라의 모든 경제단위들의 총생산'이라는 정의가 무색하게, 정비소에 가지 않고 직접 타이어를 갈아 끼우고 옆집 아이에게 1000원을 주고 심부름을 시키는 수많은 경제 행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수치라고 지적한다.


지은이는 결국 현란한 숫자 놀음에 속아 넘어가지 말라고 주문한다. 뉴스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실을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각 매체가 추린 일부의 사실에 불과하고, 통계는 숫자를 특정 방향으로 몰아넣은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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