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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기업의 변신은 ‘무죄’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11초

경기 하강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경고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주말 “경기선행지표 등 긍정적인 지표가 분명히 있지만 낙관만 할 수 없는 불안 요소가 있어 현 단계에서는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경기 이완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며 “원유, 원자재 가격 문제도 공존하는 등 우리 경제상황은 2분기가 지나봐야 판단을 할 수 있어 7월 하순께 종합적인 판단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기업의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현 단계에서 주채권은행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합리적으로 착실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으며 인수합병(M&A)의 경우 잘돼야 경영 견제권이 활성화되므로 M&A를 제도적으로 부인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경제가 갈수록 악화되고 기업들의 유동성이 달리면서 자칫 예년에 비해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금융권부터 허리띠를 졸라매며 기업 구조조정에 착수한다는 말이 나왔지만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습니다. 그 후 정부의 강한 압박과 경기 타개책으로 재벌 기업부터 착수, 9대 재벌 그룹이 금융권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어 1000여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부실기업들을 선정해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만 윤 장관의 진단과는 달리 아직도 미진하다는 지적입니다.



기업 구조조정이란 기업들의 새로운 경쟁력 원천을 찾기 위한 사업과 조직, 인사, 재무, 경영시스템의 총체적 혁신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업구조의 개편, 조직과 인력의 효율화, 재무비율의 합리화, 경영시스템의 고도화 등 전반적인 개혁이 있어야만 기업의 생존과 성장이 보장됩니다. 구조조정은 일회성 조치가 아니라 가업이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과거 부실과 비효율을 제거하고 현재의 경쟁력을 높여가면서 미래에 대비하는 연속적인 경영활동인 것입니다. 결국 변화를 통해 기업의 부실을 털고 우량기업으로 거듭나는 과정입니다.



10여년 전 IMF체제때 방만한 기업 확장으로 재무구조가 나빠지고 조직 비효율이 심화된 한 화장품회사가 본업에 역량을 집중하며 고수익 체제로 전환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 회사는 24개에 이르는 계열사를 비핵심사업은 매각하고 한계사업과 유사업종은 통폐합하는 등 강력한 군살빼기에 돌입해 8개사로 줄였습니다. 함께 제품의 고부가화와 마케팅을 강화해 시장점유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했으며 비핵심 공정은 아웃소싱으로 전환하는 등 경비도 절감해 재무구조를 건실하게 바꿨습니다. 경영위기를 기업 리더의 선제적 대응과 혁신과 변화를 통한 재도약의 확고한 의지로 극복한 것입니다. 당시 주위에서는 화장품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버리고 변화시켰다고 평가했습니다.



일본에도 흔들리는 기업을 변화와 혁신을 통해 다시 일으켜 세운 사례가 있습니다. 1934년에 세워진 후지필름은 일반사진용 필름 분야에서는 일본 시장의 70%수준을 점유하는 독보적인 기업이었습니다. 이러한 막강한 후지필름도 산업의 디지털화 물결은 피할 수 없어 2000년을 기점으로 매년 20%가 넘는 매출 감소를 겪어야 했습니다. 급기야 2006년 5000명에 이르는 인원을 감축하고 사업을 대폭 구조조정 합니다. 주력 사업이었던 사진관련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기존의 필름 기술을 바탕으로 FPD(Flat Panel Display) 재료 사업에 과감히 뛰어듭니다. 본업에서 쌓아 온 경험과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 회사의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자연스러운 변화를 추구한 것입니다. 오늘날까지 단단한 기업으로 존재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1902년 콜라회사로 출발한 펩시의 변신도 눈부십니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펩시는 2008년 매출액이 433억달러에 이르는 세계 2위의 종합식음료기업으로 변신했습니다. 탄산음료의 매출비중을 20%대로 낮추고 비탄산음료와 스낵시장에서 시장재배적인 지위를 차지함으로써 약진을 하게 됐습니다.



1996년 코카콜라는 시장 점유율 격차를 10% 이상 최대로 벌리며 “100년 콜라전쟁은 끝났다”고 선언합니다. 당시 CEO였던 로저 엔리코는 사업구조, 마케팅, 조직문화 등에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변신에 착수합니다. 웰빙 트렌드에 맞춰 탄산음료 대신 주스와 스포츠음료로 제품군을 조정하고 외식사업을 철수하고 스낵사업으로 눈을 돌립니다. 마케팅도 젊은 층을 겨냥, 웹사이트와 UCC를 활용한 뉴미디어마케팅을 전개하고 조직문화도 개방적이고 도전적으로 변화를 꾀합니다. 동일시장에서 선도기업과 소모적인 경쟁에 몰두하기보다 새로운 경쟁의 장을 창출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업구조를 선제적으로 변화시킨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콜라전쟁에서의 패배가 펩시에겐 최대의 기회였고 혁신적인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웬만한 결단과 획기적인 발상 없이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변화에는 저항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본질 자체의 변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각고의 아픔과 저항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이를 수용하고 즐길 수 있는 유연함도 필요합니다. 아무리 작고 사소한 변화라도 맞닥치면 불편하고 거북스러운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성공한 기업과 사람들은 대부분 변화의 시점을 적절히 수용하고 있습니다.



“혁신을 통해 낡은 것을 파괴하고 변혁을 일으키는 창조적 파괴 활동이야말로 자본주의에 역동성을 불어넣고 경제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의 말처럼 이젠 파괴와 혁신이 기업 생존의 조건이 되고 있습니다. 그는 혁신적 기업가가 기업의 이윤을 창조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의 우리 경제 상황을 놓고 침체와 회복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판단하기 어렵고 자칫하면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경제 각 주체들의 선전이 기대되는 때입니다. 개인은 개인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끊임없이 새 것을 받아들이며 변화와 혁신으로 스스로가 진일보할 때 미래의 강자로 등극할 수 있습니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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