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이 430억달러 규모의 세금 혜택을 보전할 목적으로 ‘포이즌 필(Poison Pill, 극약처방)' 조항을 도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씨티그룹이 포이즌 필 조항의 도입을 통해 새로운 투자자들이 은행 지분의 5% 이상 획득하지 못하게 하는 한편 기존 주주들은 지분을 확대하는 것을 방지하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세제 하에서는 투자자가 5% 이상 지분을 매입하거나 5% 이상의 지분을 가진 주주들이 50% 이상으로 지분을 늘릴 경우 기업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이 박탈된다. 은행은 이미 정부 및 민간 보유의 580억달러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5%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미연에 방지할 의도로 조항을 도입했다는 것이 씨티그룹의 주장이다. 씨티그룹이 올해 받을 수 있는 세금 혜택은 430억달러에 이른다.
씨티의 임원들도 조항 도입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만약 씨티가 430억달러에 이르는 세금혜택을 활용할 권리를 잃는다면 은행은 다른 곳에서 자본을 조달해야하는 압력에 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 변호사들은 조항의 효력이 3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이는 기존 주주들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과 헤지펀드들이 씨티그룹에서 대규모 지분을 확보하는 것을 궁극적으로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포이즌 필 조항의 도입으로 씨티그룹의 발행주식수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주식의 가치가 희석돼 기존 주주들은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조항은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으로 씨티의 최대 주주가 된 미 정부 보유 지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김보경 기자 pobo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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