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대표주에 변화의 조짐이 불고 있다. 최근 2등주 중심의 랠리가 이어지면서 10대 그룹 계열사 주가도 형보다 아우가 선방하면서 그룹 얼굴 자리를 꿰찮 것.
1일 FN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한달간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이미징 주가는 101.63% 급등, 계열사 중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삼성이미징은 삼성테크윈에서 분리한 뒤 지난 3월 10일 재상장한 계열사로, 최근 기관들이 실적 개선 기대감에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랠리를 이어갔다. 삼성테크윈 역시 같은 기간 28.24%의 상승률을 기록, 그룹 계열사 중 주가 수익률 2위를 기록했다.
반면 그룹 대표주였던 삼성전자 주가수익률은 -5.74%였다. 외국인이 지난달 25일 부터 29일까지 5일 연속 사들였지만 주가는 전혀 힘을 못쓰며 뒷걸음치는 양상이다.
현대차그룹도 '형' 현대차가 '아우' 글로비스에 밀렸다. 5월 한달간 글로비스 주가수익률은 22.12%로, 현대차(1.17%)의 19배 수준이었다. 액면가를 감안한 주가 수준도 글로비스가 월등히 앞선다. 500원인 글로비스의 현 주가는 7만9500원(5월29일 종가). 현대차와 같은 액면가 5000원이라고 감안한다면 주가는 79만5000원 수준인 셈이다.
반면 현대차 현 주가(6만9300원)의 10배 이상 수준이다. 글로비스가 이처럼 현대차 얼굴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토넷의 합병 추진으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권을 확보하게 됐다는 분석 때문이다.
모비스와 오토넷이 합병하면 오토넷 지분 6.79%를 보유한 글로비스는 합병비율(모비스(0.042):오토넷(1))에 따라 모비스 지분 0.67% 정도를 보유하게 된다. 글로비스 지분 31.88%를 보유한 최대주주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현대차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는 구도를 만들게 된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SK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SK에너지와 SK텔레콤도 형 답지 못했다. 5월 한달간 주가수익률은 각각 5.47%, -4.09%. 동생인 SK네트웍스의 주가상승률은 42.86%나 됐다.
LG그룹과 롯데그룹도 형인 LG전자 롯데쇼핑 주가 상승률이 아우인 LG이노텍, 케이피케미칼에 못 미쳤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종목장세가 이어지면서 유동성이 풍부한 10대그룹주 중 시가총액이 상대적으로 낮은 2등 계열사주에 기관들의 매수가 몰리고 있다"며 "지수가 지속적으로 오르지 않는 한 시총이 낮아도 내공을 갖춘 2등 계열사에 관심이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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