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 가격은 2002년 수준으로까지 떨어진데 반해 모기지 채무는 버블시절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택 시장이 정상 수준을 되찾기 위해 백악관이 총 4조 달러의 채무를 줄여야 한다는 숙제를 떠안고 있다고 CNN머니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주택 가격은 3년 내리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2002년 수준으로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발표에 따르면 1분기 미국주택가격지수 평균 하락폭은 19.1%에 달해 사상 최대 하락폭을 나타내는 등 내림세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문제는 주택가격은 하염없이 떨어지는데 반해 모기지 채무는 버블 시절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 지난해 연방 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집계를 시작한 1945년 이래 최대폭의 채무 감소를 기록하긴 했지만 국내총생산(GDP)대비 모기지 채무 비중은 여전히 대단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연준 자료에 따르면 GDP 대비 모기지 채무 비중은 2006, 2007년 사상 최대인 75%를 기록한 이래 지난해 73%로 떨어졌다. 최근 심각한 대출 손실을 기록한 은행들이 자본 확충 노력을 하고 있어 올해 모기지 채무 비중 역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문은 GDP 대비 모기지 채무 비중을 1990년대 평균인 46%로 낮추기 위해서는 전체 모기지 채무액을 2008년 말 현재 10조 5000억 달러에서 6조 6000억 달러로 4조 달러 가량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기지 채무액은 2003년을 기점으로 7조 달러를 넘겼다.
모기지 채무 비중이 이처럼 고공행진을 하면서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등이 스트레스테스트를 무난히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금융시스템이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경고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의장은 지난 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주택시장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모기지시장이 심각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면서 “금융위기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책리서치센터의 딘 베이커 이코노미스트는 “모기지 채무 수준이 90년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본다”며 “문제는 부채 수준이 높아지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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