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18대 국회 2기 원내대표 경선은 결국 박근혜 전 대표의 의중에 따라 왔다갔다 한 승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박 전 대표는 재보선 참패후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대표가 추인한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단호하게 물리쳤지만, 친박 최경환 의원의 정책위의장 출마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박 전 대표가 김무성 카드를 접어버리자 수면 아래 잠복해 있던 당내 계파 갈등은 일파만파 번져갔다.
박 전 대표가 "친박이 잘못한게 뭐가 있느냐"며 원내대표 경선은 원칙대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친이와 지도부는 "불난 집에 원칙과 방편이 따로 있느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런 계파갈등 구도속에 원내대표 경선 연기설이 나돌았지만, 안상수· 정의화 의원에 이어 홍우여 의원도 친박 최경환 후보를 파트너로 경선에 참가하면서 연기설은 자취를 감추었다.
원내대표 후보인 안상수 의원등이 '보이지 않는 손'이 경선을 움직인다고 비난을 시작한 것도 이 시점이다. 계파갈등의 직접적인 책임라인에 있는 박근혜 전 대표와 이상득 의원이 최경환 카드를 꺼내며 당 갈등을 수습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것.
이 배경에는 그동안 그렇게 공을 들여도 움직이던 않던 최 의원이 경선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원내대표 후보중 가장 약체로 지목된 중립 황우여 의원과 손을 잡은것도 한 몫 했다.
'보이지 않는 손' 논란은 표현만 바뀌었을 뿐 일찌감치 제기된 문제다.
정몽준 의원도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당내 계파의 최대 주주들이 참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던 것. 정 최고위원은 이를 두고 "계파수장들은 그림자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고 표현한 바 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손' 논란은 불을 지핀 안상수 의원이 한발 물러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분위기다.
안 의원은 19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최경환 의원이 가장 약체로 평가된 황우여 의원과 러닝메이트를 맺어 의심한 것이다"며 "최 의원 단독 판단으로 본다, 박 전 대표가 최경환 카드를 추인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한발 물러났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에게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는 안되고, 최경환 정책위의장 카드는 왜 되는 걸까에 대한 물음은 여전하다.
이와 관련 최경환 의원은 19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박 전 대표는 잘 아는 대로, 당헌당규에 따라 치러지는 당내 경선에 특정 인사가 출마하라, 마라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최의원은 김무성 카드에 대한 공개적 거부는 "그때는 상황이 좀 달랐다, 당헌 당규에 따른 경선이 아니라 협의에 의한 추대 때문에 그랬던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이런 강한 원칙론은 지난 대선과 총선을 겪으면서 더욱 담금질 됐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관된 분석이다.
친이의 당내 화합의 손내밀기에 "쇄신없는 화합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이지 않는 손' 논란이 수면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원내대표 경선을 둘러싼 혼선이 정리가 되는 모양새지만, 계파 갈등은 여전해 보인다.
따라서 쇄신특위가 공천과 국정 쇄신 등 당내외 현안에 대해 어느정도의 가시적인 성과물을 끌어낼 수 있는지가 여전히 당내 화학적 결합의 바로미터로 지목받고 있다.
양혁진 기자 y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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