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다시 환율급락 딜레마
"전체매출에서 60% 가까이 수출하는 매출 구조상 환율 하락을 반길 수 많은 없는 입장이다"(정유업체 관계자)
"연료비 구입액 비중이 높은 항공업계는 원/달러 환율 하락이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항공업체 관계자)
최근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1년5개월만에 1270원대까지 밀리면서 업종별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수입과 수출을 달러로 하는 정유사들은 환율하락에 따른 원유도입 단가 하락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수출단가 하락에 따른 매출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반면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마다 앉아서 수백억원의 환차손을 입던 항공업계는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연료비 구입액 비중이 높은 항공업계는 원/달러 환율 하락이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업종인 자동차와 반도체 등 전자업종은 환율하락에 대해 큰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항공ㆍ식음료ㆍ수입차 업계는 '호재'=달러를 빌려 원유를 수입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를때마다 200억원, 78억원의 환차손을 입었다. 하지만 최근 환율이 1270년대까지 떨어지면서 항공업계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연료비 구입액 비중이 높은 항공업계는 원-달러 환율 하락이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수입차 업계도 환율기조가 하락세를 지속한다면 제품 판매가격 하락효과로 이어져 나쁠게 없다는 입장이다.
해외서 원재료를 수입하는 식음료 업계도 환율하락에 따른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환율이 연중 최저치로 떨어진 것은 좋은 신호로 보이나 당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월평균치 등 흐름을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ㆍ전자ㆍ조선ㆍ해운업계는 '영향 미미'=현대기아차는 최근 환율하락에 대해 '이상적 환율'로 수렴하는게 아니냐며 앞으로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환율을 1400∼1500원 예상했다. 하지만 내심 환율하락을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는 환율상승으로 수출가격이 오르지만 원자재 수입가격 또한 크게 오르기 때문이다.
조선과 해운업계도 최근 환율하락에 대해 큰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의 경우 모든 거래가 달러베이스로 이뤄지기 때문에 환율 등락에 따른 큰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전자업계 역시 올초부터 환율을 1200원대에 맞춰 준비해 왔다며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환율이 높았을 때에 비해 원화 환산했을 때의 매출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이 정도 수준에서 안정을 찾는다면 우려할 만큼은 아니다. 환차손 줄고, 외자구매비용 등이 줄어드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시멘트ㆍ제지ㆍ에너지 업계는 '예의 주시'=시멘트, 제지업종은 환율급락을 반기지 않는 입장이다. 주요 원자재를 수입해 환율 하락에 따른 기대감이 높아지지만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의 경우 환율급락이 영업익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내수중심의 시멘트업체들은 최근 내수가격을 t 5만9000원에서 6만7500원으로 인상하는데 성공한 데다 원자재인 유연탄 가격안정과 환율하락으로 채산성 확보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시멘트를 수출하는 업체의 경우 큰 실익이 없다는 판단. A사의 경우 연간 수출 300만t, 유연탄은 140만t을 수입하고 있다. 현재 중국등 해외거래선과 연간 유연탄 도입계약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유연탄가격이 안정기조에 들어섰으나 운임비를 포함하면 여전히 t당 95달러 내외로 부담이 높은 수준"이라며 "물량과 계약 조건을 두고 탐색하는 수준이어서 환율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B사 관계자는 "유연탄가격이 하향 안정되고 환율 하락에 따른 수입결제 부담이 완화되는 추세"라며 긍정적으로 판단했다.
에너지 업계도 원유를 달러로 도입하고 외화부채비중이 높은 정유사 입장에서 환율 하락은 긍정적 신호이기는 하나 전체매출에서 60%가까이 수출하는 매출 구조상 환율 하락을 반길 수 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fortune@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