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경기침체로 고통을 겪고 있지만 중국 경제는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까지 경제지표를 보고 각 연구기관이나 금융업계는 중국 경제의 성장 전망을 당초보다 상향조정할 정도다.
중국경제 전망을 내놓은 연구기관이나 투자은행들은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적게는 0.5%포인트, 많게는 2.3%포인트까지 올렸다. 1분기 실적을 평가한 결과 경기회복 신호가 나타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대보다 나았던 실질 GDP성장률을 봐도 그렇고 투자·소비·신규대출 등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메릴린치·골드만삭스 등은 중국이 연 8% 이상 성장할 것으로 수정전망했고 UBS와 CLSA는 7%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을 상향조정했다.
8% 성장을 목표로 하는 중국 정부로서는 든든한 우군을 얻은 셈이다.
하지만 3일 신화통신은 그럼에도 고속성장이 지속될지에 대한 우려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이 장기 성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경제시스템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환경비용을 낮춰야 하며 투자·수출·소비간 비중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신화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민간소비를 더욱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그는 그 이유로 글로벌 경제가 여전히 약하고 회복속도도 더딜 수 밖에 없다는 논리를 폈다.
로치 회장은 “중국은 예전의 위기에 대응하듯이 정책을 펴고 있다. 공공인프라 분야에 자금을 퍼붇는 행위가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며 “하지만 지금 상황은 10년전 아시아 금융위기때나 2000년 경기침체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로치 회장은 “이에 대한 효과는 일회성일 뿐만 아니라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먹히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부양에 자금을 다 쏟아붓고 나면 다시 경제는 취약해질 것이며 수출은 당분간 살아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중국 학자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 경제 성장은 이제 속도가 아니라 질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왕샤오강(王小廣) 국가개발개혁위원회 연구원은 중국이 매년 내놓은 성장률 목표가 이제 상징화됐다는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최근 5년간 경제성장 목표치는 8%였으며 항상 초과달성하다보니 정부가 딜레마에 빠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8% 이하 성장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며 8% 초과 성장을 당연시하다보니 무리한 과잉투자로 불사하게 된다는 우려다.
V형이 아닌 W자형 성장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올해 하반기쯤 다시 경기가 꼬꾸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그것이다.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민간소비를 더욱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더 많이 사고 저축은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로치 회장은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고 이에 대한 투자를 두배로 늘려 1500억달러선까지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른 소비의 GDP 비중도 36%에서 5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게 그의 견해다.
그는 “사회보장연금과 실업보험 같은 사회안전망을 늘리면 불안한 미래를 대비한 저축도 줄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경제성장에 따라 임금도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가수입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02~2006년 5년새 이 비율은 62.1%에서 57.1%로 떨어졌고 소비의 GDP 비중 역시 43.6%에서 38.9%로 줄어들었다.
소비분야가 의식주 등 1차 소비에 너무 지나치게 치중돼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아직은 시기상조일지 모르지만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여행ㆍ레저나 문화활동 같은 2차 소비 확대에도 중점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동환 베이징특파원 don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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