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 의원 "소유제한 풀릴 것에 대비해 지난 2006년 사실상 큐릭스 지배해"
지난 1월 말 케이블TV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큐릭스를 인수한 티브로드가 이미 2006년 이면계약을 통해 큐릭스를 사실상 지배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면계약 체결 당시는 SO의 소유제한이 전국 77개 권역의 1/5를 넘지 못하도록 돼 있어서 법 위반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문화관광방송통신위원회 최문순 의원은 15일 티브로드를 운영하는 태광이 지난 2006년 군인공제회와 한국개발리스를 통해 큐릭스 모회사인 큐릭스홀딩스의 주식 30%를 취득했다는 내용이 담긴 ‘큐릭스 홀딩스 지분인수(안)’ 자료를 폭로했다.
최문순 의원이 공개한 지분인수 자료에 따르면, 태광그룹은 군인공제회(460억원), 한국개발리스(440억원)를 통해 2006년 큐릭스홀딩스 지분의 30%를 인수했다.
투자기간은 2년(1년 연장가능)이며, 보장수익율은 연 10%로 정해졌다. 또한 1년 이내에 콜옵션 행사시 1년분 이자 10%를, 1년 이상 2년 이내에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에는 12%의 이자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울러 지분 매각시 증권거래세 0.5%(2억8000만원)는 태광그룹에서 부담하고, 원리금 보장은 태광그룹 계열인 태광관광개발에서 하는 것으로 명시했다.
2006년 당시 태광그룹은 전국 77권역 중 15개 권역(20%) 초과 겸영을 금지하는 방송법에 따라 추가적으로 SO를 인수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 등 투자자들이 큐릭스홀딩스 지분을 인수한 후 규제가 완화되면 투자자의 지분을 태광이 인수한다는 것이 이번에 공개된 문건의 내용이다.
실제로 티브로드는 소유ㆍ겸영이 가능한 SO 수를 15개에서 25개로 늘린 방송법 개정안이 지난 해 연말 시행된 직후인 올 1월 큐릭스홀딩스의 지분 70%를 약 2500억원에 인수했다. 현재 티브로드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큐릭스 인수 심사를 앞두고 있다.
큐릭스 인수가 확정되면 티브로드는 21개 방송 권역과 22개 SO를 소유, 총 350만명의 방송 가입자를 확보한 거대 MSO로 거듭나면서 IPTV(인터넷TV)를 내세운 통신 사업자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그러나 최문순 의원(민주당)은 "티브로드가 향후 소유 제한 규제가 풀릴 것에 대비해 이면계약을 체결한 것이 사실로 드러난 만큼 방통위가 인수 합병 심사를 재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문순 의원은 나아가 최근 청와대 행전관의 성매매 접대 파문도 티브로드가 큐릭스홀딩스를 인수하기 위한 로비였다고 맹비난했다.
앞서 지난 달 25일 청와대 김모 행정관과 방통위 과장급 간부 등은 티브로드 직원으로부터 술자리 향응 접대를 받다가 경찰 단속에 적발된 바 있다. 당시 티브로드는 큐릭스 인수 승인에 관한 방통위 심사를 앞두고 있던 상황이어서 술 접대가 ‘대가성 로비’라는 의혹을 낳았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티브로드 합병 승인 심사는 이미 지난 14일 외부심사단에 의해 ‘이상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방통위 내부에서도 승인 방침이 정해졌다"며 "25일 술자리는 로비를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천정배 민주당 의원(민주당)은 "티브로드의 큐릭스홀딩스에 대한 최종 인수 승인을 며칠 앞둔 상황에서 주무과장과 업체간 유착 의혹이 생긴 만큼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방통위의 재심사를 촉구했다.
방통위는 로비 의혹과 별개로 이면계약서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면계약 내용은 오늘 처음 들었고, 이면계약서 관련 자료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로선 그 어떤(티브로드의 큐릭스 인수 합병 무효) 것도 예단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일각에서는 이면계약의 내용에 따라 티브로드의 큐릭스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이면계약 논란이 티브로드의 술접대 파문과 맞물려 방통위의 최종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